1980년 5월, 광주민주광장 분수대 가운데 태극기를 펼쳐두고 광주시민들이 촘촘히 질서정연하게 원형으로 모여있는 흑백사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상징했다. 이 사진 속 열세살 소녀였던 필자는 광장에 모인 광주시민이 세계적인 집단지성을 상징한다고 자부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 그 흑백사진에서 이 행사는 시작됐다.

주권자 시민의 정신을 상징하는 장소, 민주광장에서 인문예술축제로 자리잡은 ‘세계지성이 광주를 말하다’ 이 시민축제는 참여하는 모든 이가 주인공이다. 광장은 문이 없고 문턱이 없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억울한 이들이 발언하고 연대한다.

이 민주광장에서 광주정신은 솟구치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세계시민정신으로 나아간다. 광주의 오월 진실규명 투쟁이 전국화되면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국민은 주권자가 되었듯이 말이다. 이 축제가 6월 첫 주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이유다. 특히 6월9일은 이한열 열사가 거리투쟁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날이다.

2021년부터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주최로 오월 마지막 주와 6월 첫 주 사이에 열린 ‘세계지성이 광주를 말하다’ 인문예술축제는 올해 네 번째를 맞이했다. 올해의 대주제는 ‘오직 평화’다.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로 1980년대 대한민국 같은 상황에 처해 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진 휴전상태에서 서로 적대시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의 축제는 민주광장의 정신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철학, 역사와 인문, 그림, 노래, 춤 등 예술로 발현되고 함께하는 연대와 놀이로 승화된다.

올해 모신 광주정신 토크쇼의 지성인은 철학자 박구용 교수와 역사학자 황현필 선생이다. ‘서울의 봄, 그리고 광주’라는 주제로 민주광장에서 집단지성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를 돌아보고 함께 미래를 꿈꿀 것이다.

올해 광장에서 선보일 창작 춤은 특별하다. 오월어머니들의 ‘주먹밥 나눔 춤’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오월어머니집에서 안무가 나은영이 어머니들과 함께 만든 이 ‘오월어머니의 춤’은 단순한 동작이지만 어머니들의 서사가 몸짓에 담긴 춤으로, ‘함께라서 좋았다’라는 승지나 작곡의 오월가요에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안무한 것이다. 민주광장에서 오월어머니들의 춤으로 시민들과 함께 ‘대동의 춤’을 출 것이다.

무대를 여는 ‘민주 한마당’은 깃발이 창공을 가르고 ‘얼쑤’와 ‘잽이’의 전통 타악이 땅을 흔들며 ‘전통연희놀이연구소’의 무등산 호랑이 춤으로 시민과 흥겹게 소통하며 광장을 놀이마당으로 만든다.

2014년 세월호 사건부터 시작했던 걸개그림 그리기 미술행동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는 ‘세계지성이 광주를 말하다’ 인문예술축제로 들어와서 매년 함께 그림마당을 펼치고 있다.

‘대동의 춤’은 특별히 음악감독 승지나 작곡가의 오월 창작곡이 민주광장에서 발표되며, 이번에는 ‘광주5·18청소년오케스트라’가 ‘오월어머니의 춤’과 함께해 풍성하고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든다.

여러 장르가 융합하고 다양한 세대가 광주정신으로 협업하며 6월9일 저녁, 민주광장에서 주권자 시민의 인문예술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서 광주정신은 창조의 원천이 돼 예술로 표현되고 새로운 연대로 나아간다. 우리는 예술로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