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추세가 급변하면서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는 광주지역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고려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네마트’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이를 대체하는 편의점은 급증세여서 동네 상권의 구조조정이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25일 국세통계포털(TASIS) ‘100대 생활업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광주 슈퍼마켓 사업자는 10.55% 감소했다. 이와 달리 편의점 사업자는 28.35% 증가했다.

2020년 1월 기준 슈퍼마켓 사업자 수는 853명, 2021년에는 842명이었고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경제적 피해가 심화된 2022년에는 804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지난해 792명, 올해 1월 기준 763명으로 최근 4년간 지역 내 90개 슈퍼마켓이 사업을 접었다.

편의점 증가세는 해가 갈수록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월 기준 편의점 사업자 수는 1천51명, 2021년에는 1천101명이었고 2022년 1천200명, 지난해 1천295명, 올해 1월 기준 1천349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편의점 창업 속도가 슈퍼마켓 폐업 속도를 훨씬 웃돌면서 동일 지역 내 편의점 간 경쟁마저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등 소비 추세가 변화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마트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임대료가 상승한 데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광주지역 1인 가구는 2020년 19만3천948가구, 2021년 21만2천385가구, 2022년 22만1천464가구로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35.5%에 이른다.

젊은 층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편의점 점포 수는 물론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30평·50평대 매장도 넓은 편에 속했지만, 현재는 80평·120평대의 점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간편하고 양질의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구매 심리가 자리잡으면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마트의 경쟁력이 낮아졌다. 접근성·편리함이 가격 메리트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광산구 수완동에 거주하는 한다정(27·직장인·여)씨는 “근처에 규모가 큰 편의점이 있어 최근 1년간 마트에 가본 기억이 없다”며 “앱(APP)을 사용해 할인받을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만 파는 상품도 많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편의점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도 마트 사업자가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7조3천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해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편의점과 온라인 시장이 동네 상권을 잠식하고 있어 손써 볼 수도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광산구 선암동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김인동씨는 “인건비,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 고정비 지출 부담에 근처 편의점과 온라인 시장까지 경쟁 요소가 너무 많아 온종일 일한 인건비만 나와도 다행일 지경”이라며 “반품도, 배달도 훨씬 편리한 온라인 시장이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상품들이 많은 편의점을 이길 방법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마트를 운영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넘겨주고 싶다”며 “그만큼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이익은 적어 주변에도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마트의 영역이었던 오프라인 시장마저 편의점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소비자 구매력이 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동네 마트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