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고향엔 진달래가 활짝 폈는데……. 딸아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9일 오후 2시15분께 강원도 철원군 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 김찬영(90)씨는 망원경을 통해 북녘땅을 바라보며 붉은 눈시울로 이같이 말했다.

1965년 군인 신분으로 중앙당의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으로 내려온 김씨는 수사기관에 붙잡혀 15년을 복역한 후 귀화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울던 3살 딸아이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는 김씨는 밟지 못하는 고향 땅을 눈으로라도 보기 위해 이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철원DMZ행 통일효도열차’에 탔다.

통일효도열차는 광주 남구가 지난 2022년부터 북한에서 온 실향민들의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래고 지역민의 평화통일의식 함양을 위해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까진 종착역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이었으나 올해부턴 동두천시 동두천역으로 가는 코스가 추가돼 대한민국 최북단으로 꼽히는 강원도 철원군 일대 분단지역을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이날 김씨와 함께 통일효도열차에 탑승한 참석자 등 300여명은 축하공연과 역사강의, VR 체험 등을 하며 첫 번째 목적지인 백마고지 전적지로 향했다.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참석자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분단의 역사를 배웠다. 또 이곳을 모티브로 한 영화 ‘고지전’ 속 치열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산화한 국군 장병들을 향해 헌화와 묵념으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후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넘어 평화전망대에 올라 북한땅을 바라본 참석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낯선 땅’으로 여겨지는 일반 시민들은 선 하나를 두고 한 민족이 두 국가에서 늘 긴장을 유지한 채 사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그리운 고향인 실향민은 눈에 보여도 발은 내디딜 수 없는 현실에 착잡함을 드러냈다.

3대가 함께 통일효도열차 행사에 참여했다는 정효영(44·여)씨는 “유치원생 딸아이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싶어 참가했다”며 “함께 온 실향민을 보니 분단 국가의 아픔이 여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러 차례 통일효도열차를 탔는데, 고향 땅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죽기 전 통일이 되면 고향 땅에서 봄에 만개하는 진달래 꽃과 딸아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소원했다.

전망대 관람 이후 참석자들은 월정리역으로 이동, 한국전쟁 당시 포격으로 부서진 북한열차를 구경한 뒤 다시 광주로 내려왔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현재 남북 관계가 소원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천천히 준비하면 반드시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통일효도열차를 통해 한민족인 북한을 이해하고 나아가 통일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통일효도열차 행사는 하반기에 2차례 더 추진되며 회차별로 300여명을 모집한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