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공모 방식을 통한 국립의대 설립 대학 추천’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열기로 했던 ‘5자 회동’(김영록 지사, 목포대·순천대 총장, 목포시장·순천시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의대 공모’를 둘러싼 전남도와 순천지역 사이에 볼썽사나운 갈등이 이어지면서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전남권 의대 신설 자체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확산하고 있다.

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노관규 순천시장은 오는 12일 보성군청에서 열릴 예정인 의대 공모 관련 5자 회동에 불참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총장과 노 시장은 지난 7일 요구했던 의대 유치 관련 기존 용역 결과 공개 등 3개 조건에 대한 전남도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판단, 5자 회동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대와 순천시는 불참 관련 공문을 전남도에 보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는 이날 대통령비서실과 교육부, 보건복지부에 ‘전남도 단일의대 공모 강행에 대한 입장문’을 보내 ‘정부 주관 의대 신설 공모 추진’을 요구하는 등 전남도에 대립각을 세웠다.

입장문은 이 총장과 노 시장,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갑)·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 국회의원 당선자 등 5명이 공동 합의한 내용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전남도는 공모 평가 항목과 기준, 공모 주관 용역기관 선정 등 이해당사자들 간에 조정·합의해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많음에도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며 “전남도가 공모를 강행해 추진하더라도 결과를 누가 인정하고 수용하겠냐”고 전남도 주관 공모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순천지역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한 ‘판’을 깔아준 상황에서 결국 순천이 아니면 안된다는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갈등 구조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영록 지사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공모 방식 의대 설립 대학 추천’ 계획을 설명한 데 대해, 조 장관이 “대통령과 총리가 말씀한 바와 같이 추진하면 된다”고 답하며 전남도 공모에 사실상 동의 의사를 밝힌 만큼 순천지역의 반대 논리엔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지사의 전남권 의대 신설 건의에 “어느 대학에 할 것이지 하는 문제를 전남도에서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3월20일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전남권 의대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순천지역 간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 양상을 끝내고 전남권 의대 신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양 측의 지속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전남도의 공모 방식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