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더디가는’ 전남의 시간
2024. 03. 21(목) 19:47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 총선은 ‘정권안정’ 대 ‘정권심판’의 총력전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에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등 제3지대까지 다자구도다. 2022년 20대 대선 뒤 극한 대결에 따른 정국 혼란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지금 대한민국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나쁜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생활 공동체라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는 말인가. 주민들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한 달 전이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산 무안군수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첫 만남에서 민간·군공항 문제를 일방 추진하고 있다며 광주시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8월 체결된 협약서대로 민간공항부터 옮길 것을 촉구했다. 김 군수는 강기정 시장과 3자 회담에 대해선 거부를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강 시장과 상생의 상징인 혁신도시에서 만나 민간·군공항의 무안 이전에 뜻을 같이하고, 공동 발표문을 냈다.

미묘하게 엇박자가 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과의 3자 대화, 광주시와 무안군 2자 대화 등 공론의 장은 없던 일이 됐다. 전남도는 민간공항 이전에 초점을 맞춘 반면 광주시는 군공항 해결이 먼저고 민간공항은 그 이후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공동 개최 가능성에 강 시장은 “광주·전남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있다”며 군공항 문제를 꺼냈다. “정부가 힘도 싣고 의견도 청취하자는 취지로 시·도지사와 무안군수 등이 모인 자리라면 매우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현재까지는 함께해야 할 이유, 또 그런 과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민선8기 출범과 함께 방점을 찍은 상생 협력이 군공항에 가로막혔다. 광주시·전남도의 협업 관계도 매끄럽지 않다. 이해당사자 간 소통마저 단절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배척해선 안 된다. 나름으로 존중돼야 한다. 특히 전남의 ‘큰 그림’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경제적 논리도 타당하다. 무작정 피하는 것은 리더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태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임기 반환점이다. 지방선거 영향권에 든다. 단체장 운신의 폭도 좁아진다. 기약할 수 없다.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최근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전남도가 대학을 선정해 알려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의과대학을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김 지사는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을 공식 건의하겠다”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서 지역 내 의견 수렴을 요구하며 공식화했다.

도민의 30년 염원이다. 의대 설립을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 그런데 해묵은 동·서부권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순천시와 순천대는 단독 유치를 주장하고, 목포대를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대립이 첨예하다. 정치권까지 합세해 각기 정당성을 내세운다. 전남도는 단일 의대까지 언급하며 압박하지만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당초에 상생, 통합, 공동체의 가치는 듣기에만 좋은 구호였다. 대한민국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다. 광주·전남도 마찬가지다. 전남도는 진퇴양난이다. 광주시와는 등지고, 동부와 서부권이 다투는 형세다. 광주시는 ‘플랜B’를 만지작거리고, 무안 등은 ‘백기투항’은 못한다며 버티고 있다.

2026년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 군공항 3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전남권 의대는 통합이 정답이다. 그래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주민들도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다.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도 유일한 70%대로 부동의 전국 1위 김 지사다. 만사를 제쳐놓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지역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그것이다. 비판에 물러서지 않는 뚝심이 필요하다.

세상에 내 뜻 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선출직의 경우에 정말 그렇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던 나폴레옹이다. 씩씩하고 호방한 기상, 리더의 호기를 닮아주길 바란다.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벼랑 끝 절박함이면 통한다.

지방자치의 역설이다. 군공항특별법도, 국립의대도 수용했으니 중앙정부는 알아서 정리해 오라고 뒷짐이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에 공감을 이끌어야 한다. 무한경쟁 시대다. 주민들의 삶 향상을 위한 현안 과제다. 명분도 있어야 하나, 실리를 더 챙겨야 한다. 김 지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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