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한 산과 좁은 농경지를 바라보며 달리다가 해창만방조제를 막아 생긴 넓은 들판을 만난다. 바람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있는 들판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간척지 들판을 지나 해창만방조제에 도착했다.

방조제 안쪽에는 넓은 간척지와 함께 담수호도 만들어졌다. 담수호에서도 철새들이 무리지어 겨울을 즐기고 있다. 주변의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은 담수호와 간척지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해창만오토캠핑장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해 두고 남파랑길 68코스를 걷기 시작한다. 해창만방조제 위로 올라서니 해창만 갯벌과 바닷물이 주변 섬들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해창만 너머로 남파랑길 67코스를 걸을 때 만났던 사도마을과 능정마을이 바라보인다.

해창만방조제 위로 올라서면 해창만 갯벌과 바닷물이 주변 섬들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팔영산 여덟 봉우리는 그림자를 해창만에 내려놓았다.

사도마을 앞에 떠 있는 와도도 반갑게 손짓한다. 팔영산 여덟 봉우리는 그림자를 해창만에 내려놓았다. 담수호 안쪽에는 마복산이 듬직하게 서있다.

제방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해창만방조제를 바라보니 까마득하다.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에서 포두면 오도에 이르는 해창만1방조제는 그 길이가 자그마치 2천869m에 이른다. 잠시 후 만나게 될 오도에서 옥강리까지의 해창만2방조제는 535m여서 두 방조제 길이를 합치면 3.4㎞에 달한다.

방조제를 지나 작은 섬 오도로 들어선다.

오도에는 섬 동쪽에 조그마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앞바다는 썰물 때라 검은 갯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쪽바다 너머 5백여 m 거리에 취도가 있다. 나란히 자리한 두 섬이 형제처럼 다정해 보인다. 오도와 취도 주변바다에서는 주로 굴양식을 한다.

취도로 건너가는 방조제 입구를 지나자 갯벌 뒤로 마복산이 지척이다. 마복산(馬伏山)은 이름 그대로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마복산의 산세가 수천 마리의 군마가 매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왜선이 퇴진했다는 전설도 있다.

오도에서 바라본 마복산. 마복산(馬伏山)은 이름 그대로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마복산의 산세가 수천 마리의 군마가 매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왜선이 퇴진했다는 전설도 있다.

오도에 있는 작은 포구를 지나 해창만2방조제로 올라선다. 제2방조제에서 취도를 바라본다.

취도 남서쪽에 자리한 마을과 선착장이 정겹게 다가온다. 배수갑문을 지나자 내륙의 옥강리 내초마을이다. 내초마을 해변에서 오도를 바라보니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 뒤쪽에서 고개를 내민 팔영산은 언제나 듬직하고 아름답다.

내초마을에서 오도를 바라보니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 뒤쪽에서 고개를 내민 팔영산은 언제나 듬직하고 아름답다.

봉암마을을 지나 마복산 동쪽 산골짜기로 들어간다. 낮은 언덕을 넘어 산골짜기로 들어서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분지가 나온다. 민가라고는 두 채 정도의 가옥이 전부인 골짜기는 넓지 않은 밭과 임야지대를 이루고 있다. 길은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올라간다. 마복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있는 까막재라 불리는 고개를 넘는다.

까막재를 넘어 마복산 남쪽 임도를 따라서 남성마을로 향한다.

고개를 넘으니 마복산 북쪽을 걸을 때와 기온차가 현격하게 느껴진다. 남성리 마을 주변의 넓은 농경지에는 마늘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겨울철에도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라 마늘을 많이 재배한다. 초록색 마늘밭 아래로 남성마을이 바라보인다.

남성마을 앞바다에는 소룡도와 대룡도라 불리는 꼬마 섬이 떠 있고, 그 뒤에서 나로도의 산들이 우뚝 서 있다. 남성마을은 뒤에서 마복산이 감싸주고 주변에 넓은 농경지가 자리한다.

넓은 갯벌을 갖춘 아기자기한 다도해까지 끼고 있어 풍요롭고 아름답다. 농경지에서는 벼농사와 마늘농사가 이뤄지고, 갯벌에서는 굴과 바지락을 생산한다. 농수산물이 풍족하게 생산되는 남성리는 포두면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남성마을로 들어서니 느티나무와 후박나무 고목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여름철 마을주민들의 소중한 쉼터다.

남성마을 골목을 따라 걷는 길이 정답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77번 국도가 지나는 2차선 도로를 만난다. 마을 앞 도로 아래에 저수지가 있고, 남성저수지 남쪽 해변에 남성리해수욕장이 있다.

남성마을 근처에서 연육교를 건너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어진다.

내나로도로 넘어가는 나로1교 안쪽으로 만입한 바다가 해창만이다. 나로도는 내나로도(동일면)와 외나로도(봉래면)로 이뤄졌다.

1994년 내나로도 연육교가 개통됐고, 이듬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 사이에 연도교가 설치됐다. 외나로도에는 인공위성 로켓과 각종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남파랑길은 도로를 따라 익금마을로 이어진다. 넓은 들판과 내나로도, 외나로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남성마을에서 77번 국도를 따라 낮은 고개를 넘으니 해변에 자리한 익금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남파랑길 68코스를 걷다보면 나로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이 함께 해준다. 다도해의 모습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익금마을은 삼면이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만 바다가 열려 한없이 포근하고 고요하다.

마을 뒤쪽에 농경지가 있는 익금마을은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마을 앞 해변에는 타원형 모래밭이 있다. 그래서 익금마을의 옛 이름은 장사리(長沙里)다. 익금마을은 포두면 남쪽 끝에 자리한 마을이다.

익금마을 앞바다는 거대한 조개모양의 타원형 해변을 이루고 있고, 여느 해변마을처럼 조그마한 포구도 갖추고 있다. 남쪽 바다에는 오형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떠있고, 그 뒤에 수락도가 뾰족하게 솟아있다.

익금마을은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마을 앞 해변에는 타원형 모래밭이 있다. 그래서 익금마을의 옛 이름은 장사리(長沙里)다.

익금마을 앞바다는 거대한 조개모양의 타원형 해변을 이루고 있고, 여느 해변마을처럼 조그마한 포구도 갖추고 있다. 남쪽 바다에는 오형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떠있고, 그 뒤에 수락도가 뾰족하게 솟아있다.

여전히 바라보이는 나로도의 모습은 듬직하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익금마을 바닷가에 앉아 생각을 멈춘다. 파도소리가 고요하게 들려오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익금마을을 출발해 도화면소재지로 향한다. 우리의 여정에 나로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이 함께 해준다. 익금마을에서 얼마 걷지 않아 도화면 경계 표지판을 만난다. 포두면을 지나 도화면에 들어선 것이다. 남파랑길은 석수포삼거리에서 발포방향으로 가지 않고 중산마을 방향을 택한다. 남파랑길이 발포마을을 지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발포는 조선시대 수군진이 있었던 곳이다. 수군진의 책임자를 만호라 하는데,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36세 때 발포진 만호로 1년 6개월 동안 재직했다. 발포에는 1490년 둘레 560m, 높이 4m로 쌓은 발포진성이 있다.

발포마을 주민들은 이순신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인 충무사를 짓고 매년 4월28일 제사를 지낸다. 발포역사전시체험관도 발포바닷가에 들어서 있다.

남파랑길은 바다를 등지고 내륙으로 이어진다. 야산자락 농로를 거쳐 중산마을을 지난다. 넓은 도화들판을 걷고 있으니 도화면소재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도화면소재지 뒤로 천등산이 듬직하게 서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68코스는 해창만방조제에서 시작해 마복산과 나로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로, 소박하고 온화한 마을들을 만나면서 도화면소재지까지 이어진다.
※코스 : 해창만오토캠핑장→오도→내초마을→남성마을→익금마을→석수포삼거리→중산마을→도화버스터미널
※거리, 소요시간 : 23.1㎞, 5시간 2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해창만오토캠핑장(고흥군 포두면 송산리 16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