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29)
‘수복’이란 글자를 굽은 줄기에 곱게 새겨 놓고
2023. 12. 06(수) 19:51 가+가-
菖蒲簪(창포잠) / 도애 홍석모
菖根纖削着臙脂 壽福字成屈曲枝(창근섬삭착연지 수복자성굴곡지)
華采沐芳女兒節 頭頭爭揷滿簪垂(화채목방여아절 두두쟁삽만잠수)
창포 뿌리 가늘게 연지 곤지 바르고
수복이란 글자를 가지에다 새겼는데
여인들 곱고 가득히 창포비녀 꽂았네.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서 창포 비녀까지 꽂는 풍습이 있었다. 창포 뿌리를 곱게 깎아 붉게 물들인 비녀를 말하는데, 벽사의 의미를 담아 부녀자들이 머리에 꽂는 행사를 했었다고 한다. 요즘엔 창의전통 방과 후 활동으로 세시풍속을 활용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풀각시 창포비녀’를 체험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꽃을 캐어 머리 감은 여아들의 절기에 담아서, 머리마다 곱고 가득하게 창포비녀에 꽂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수복’이란 글자를 굽은 줄기에 곱게 새겨놓고’(菖蒲簪)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도애(陶厓) 홍석모(洪錫謨:1781-1857)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말년에 자신의 시문집을 정리, 편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9세부터 70세에 이르기까지 연월의 순서에 따라 총 21책으로 정리된 시집을 남겼던 인물이다. 청나라에 여러 해 사신을 다녔던 기행시, 풍물시 등이 주목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창포뿌리를 가늘게 깎아 연지곤지를 바르고 / ‘수복’이란 글자를 굽은 줄기에 곱게도 새겨 놓았네 // 꽃을 캐어 머리 감은 여아들의 절기에 담아서 / 머리마다 곱고 가득하게 창포비녀에 꽂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창포비녀를 꽂았네’로 번역된다. 음력 5월5일 단옷날이 되면 전해오는 풍습이 있다. 단오의 풍속 및 행사로는 창포에 머리감기, 쑥과 익모초 뜯기, 부적 만들어 붙이기, 대추나무시집보내기, 단오 비녀 꽂기 등의 풍속과 함께 그네뛰기·씨름·활쏘기 같은 민속놀이들을 했다. 시제가 보여주는 내용으로 보아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행사를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마치 단옷날에 했던 행사를 연상하는 것처럼 떠올리는 시상 주머니는 그 진폭이 커 보인다. 창포뿌리를 가늘게 깎아 연지곤지를 바르고, ‘수복’(壽福)이란 글자를 굽은 줄기에 새겨놓았다고 했다. 창포 뿌리로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볼에 연지곤지를 바르면서, 수복이란 글자도 새겨 놓았음을 떠올린다.

화자는 여자 아이들의 즐기는 절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심을 담아 행사처럼 즐기는 시심을 일구어냈다. 꽃을 캐어 머리 감은 여아들의 절기에, 머리마다 곱고 가득히 창포비녀 꽂았다고 했다. 시상이 흐르는 내용으로 보아 분명 5월5일 단옷날에 보내는 풍습을 연상하는 시상이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면 일 년 동안의 머리기운은 차분하고 맑았으리라.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菖根: 창포 뿌리. 纖削: 가늘게 깎다. 着臙脂: 연지곤지 바르다. 연지를 찍다. 壽福字: 수복이란 글자. 成: 이루다. 屈曲枝: 굽은 줄기에 새기다. // 華采: 꽃을 캐다. 沐芳: 향기 나게 머리 감다. 女兒節: 여아들의 절기에. 頭頭: 머리마다. 爭揷: 다투어 꽂다. 滿簪垂: 비녀를 가득 드리우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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