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가 실종된 정치 / 오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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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03(일) 19:42 가+가-
오수열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 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22대 총선이 4개월여로 다가오면서 평소 정치에 무관심해 온 국민들도 어찌할 수 없이 정치에 귀기울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했으면서도 국회에서의 의석수 열세로 국정동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온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마저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거의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반면에 역대 최저의 득표율 차이로 집권 기회를 놓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거의 1년 반동안을 검찰의 각종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국회에서의 다수 의석이라는 방어벽으로 버티어 왔는데 내년 총선에서 이 방어벽을 잃게 되면 거의 사지(死地)에 내몰리게 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여야 정당 모두가 극도의 위기감과 절박감에 젖다 보니 지난날의 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멋진 모습’은 아예 사라져 버렸고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한 투쟁만이 난무하면서 정치의 기본이라고 할 토론과 협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요즘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는 최종 책임도 정치인들의 몫임에도 국회 어디에서도 이러한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상대방을 비난하고 폭로하는 대변인들의 모습만이 TV화면에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의’(義)가 실종되어 버린데 있지 않는가 싶다.
의란 무엇인가? 곧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인데 정치인들 머릿속에 이 정신이 들어있지 않으니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오직 눈에는 ‘누가 표(票)를 가지고 있는가’만 보이고, 마음에는 ‘어느 쪽에 줄을 서야 공천을 받는데 유리한가’하는 생각만이 가득한 것이다.
맹자(孟子)의 말씀처럼 의(義)는 보이지 않고 오직 이(利)만 보이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민생법안들은 뒷전이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黨) 대표의 행사에 눈도장 찍는 것이 우선이 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구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지역에서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활동깨나 한다는 이른바 ‘지역정치꾼’이나 ‘협잡꾼’ 관리하는데 바쁘고, 심지어는 주변에서 ‘폭력배’, ‘사기꾼’으로 알려진 사회악들에게 국회의원 표창장을 주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들에게 표(票)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의(義)는 기개(氣槪)와도 통한다. 옳은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옳지 않는 일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부하는 용기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에게서는 그러한 기개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해방이후 70년대까지 독재정권에 맞서 야당의원들이 보였던 의원직 총사퇴나 기개 있는 정치인들이 의원직을 헌신짝 버리듯 했던 그 모습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지역에서 지금까지도 존경 받는 낭산 김준연 선생이나 월파 서민호 선생은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우다 힘에 부치면 장관직과 의원직을 미련 없이 던짐으로써 민의(民意)에 호소하지 않았는가.
필자는 유석 조병옥 박사가 이승만 대통령의 전횡에 맞서 내무부장관직을 던지면서 함께 제출한 사임서의 한 구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낭산 김준연 선생도 법무부장관으로 재임시 거창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과정에서 당시의 아부꾼으로 소문난 국방부장관과 충돌하자 6개월 만에 장관직을 던졌다.
지금은 어떤가. 국회의원직을 지키기 위해 연속해서 국회를 여는 이른바 방탄국회가 ‘방탄소년단’(BTS)만큼이나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지 않는가. 차라리 ‘총사퇴카드’를 한번 내놓을만 한데도 오직 의원직 지키기에만 열중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지역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한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근접했고, 2차 투표까지만 가면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대통령과 국민을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책임자는 대통령의 문책성 인사 이전에 스스로 사표를 내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요즘은 책임지고 자리를 물러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언제나 우리 정치에서 결과에 책임지는 멋진 정치, 기개가 넘치는 정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특히 작년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했으면서도 국회에서의 의석수 열세로 국정동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온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마저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거의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반면에 역대 최저의 득표율 차이로 집권 기회를 놓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거의 1년 반동안을 검찰의 각종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국회에서의 다수 의석이라는 방어벽으로 버티어 왔는데 내년 총선에서 이 방어벽을 잃게 되면 거의 사지(死地)에 내몰리게 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는 최종 책임도 정치인들의 몫임에도 국회 어디에서도 이러한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상대방을 비난하고 폭로하는 대변인들의 모습만이 TV화면에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의’(義)가 실종되어 버린데 있지 않는가 싶다.
의란 무엇인가? 곧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인데 정치인들 머릿속에 이 정신이 들어있지 않으니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오직 눈에는 ‘누가 표(票)를 가지고 있는가’만 보이고, 마음에는 ‘어느 쪽에 줄을 서야 공천을 받는데 유리한가’하는 생각만이 가득한 것이다.
맹자(孟子)의 말씀처럼 의(義)는 보이지 않고 오직 이(利)만 보이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민생법안들은 뒷전이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黨) 대표의 행사에 눈도장 찍는 것이 우선이 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구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지역에서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활동깨나 한다는 이른바 ‘지역정치꾼’이나 ‘협잡꾼’ 관리하는데 바쁘고, 심지어는 주변에서 ‘폭력배’, ‘사기꾼’으로 알려진 사회악들에게 국회의원 표창장을 주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들에게 표(票)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의(義)는 기개(氣槪)와도 통한다. 옳은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옳지 않는 일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부하는 용기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에게서는 그러한 기개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해방이후 70년대까지 독재정권에 맞서 야당의원들이 보였던 의원직 총사퇴나 기개 있는 정치인들이 의원직을 헌신짝 버리듯 했던 그 모습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지역에서 지금까지도 존경 받는 낭산 김준연 선생이나 월파 서민호 선생은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우다 힘에 부치면 장관직과 의원직을 미련 없이 던짐으로써 민의(民意)에 호소하지 않았는가.
필자는 유석 조병옥 박사가 이승만 대통령의 전횡에 맞서 내무부장관직을 던지면서 함께 제출한 사임서의 한 구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낭산 김준연 선생도 법무부장관으로 재임시 거창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과정에서 당시의 아부꾼으로 소문난 국방부장관과 충돌하자 6개월 만에 장관직을 던졌다.
지금은 어떤가. 국회의원직을 지키기 위해 연속해서 국회를 여는 이른바 방탄국회가 ‘방탄소년단’(BTS)만큼이나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지 않는가. 차라리 ‘총사퇴카드’를 한번 내놓을만 한데도 오직 의원직 지키기에만 열중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지역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한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근접했고, 2차 투표까지만 가면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대통령과 국민을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책임자는 대통령의 문책성 인사 이전에 스스로 사표를 내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요즘은 책임지고 자리를 물러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언제나 우리 정치에서 결과에 책임지는 멋진 정치, 기개가 넘치는 정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