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부재·시설 노후화…‘관광 일번지’ 옛 명성 실종
[夜시장 전통시장 제2의 전성기 이끈다](4)홍콩 템플스트리트·몽콕야시장
저소득층 자립 지원 목적 형성…모조제품·잡화 등 취급
이커머스시장 확대·시설노후화…방문객 급감·상권 쇠퇴
2023. 11. 15(수) 23:14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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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맛·양·위생까지…먹거리 경쟁력 승부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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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금융허브, 쇼핑과 미식의 천국, 동방의 진주. 모두 홍콩을 수식하는 단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라는 독특한 통치체제 속 서양문화와 동양문화가 조화롭게 꽃 피운 홍콩은 단연코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과거 홍콩을 대표했던 또 다른 명물이 바로 빌딩숲 한가운데 자리잡아 도시의 얼굴이자 홍콩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던 야시장이었다. 2013년 침체된 재래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야시장 사업을 추진했을 당시 벤치마킹 모델이 홍콩 야시장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천지도 개벽한다는 10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진일보하는 이커머스 시장과 대조적으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해버린 야시장. 결국, 과거 낮보다 밝게 홍콩의 저녁을 빛냈던 야시장의 명성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퇴보해있었다.

2013년 국내에서 야시장 사업을 추진했을 때만 하더라도 선진 야시장 모델로 꼽히던 홍콩 야시장이 콘텐츠 부재·시설 노후화 속 크게 쇠퇴했다. 사진은 줄지어 늘어선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내부 공실 점포들의 모습.


◇저소득층 자립 지원 목적 형성…저렴한 가격·흥정 재미 ‘쏠쏠’

홍콩의 야시장은 홍콩 정부가 저소득 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다. 과거 주변에 불법 노점이 많아 정부 주도로 노점상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한 것이 야시장 형성의 배경이다. 노점은 모두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권리를 제공할 뿐 별도의 지원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야우마테이 지역의 템플스트리트(Temple Street Night Market) 야시장을 찾았다.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은 큰길 중심에 있는 틴하우 사원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건물들이 그늘을 드리울 즈음 시작해서 해가 지면 본격적으로 장을 펼쳐, 자정께까지 운영한다.

둘러본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은 자질구레한 장신구나 다기, 전자기기, 시계, 남성의류, 골동품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의 모조제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품질은 제쳐두고 저렴한 가격은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홍콩 이니셜 티셔츠 10홍콩달러(1천670원), 에어팟 케이스 40홍콩달러(6천680원), 그럴듯한(?) 찻잔 세트(1만6천원) 등 높은 홍콩 물가를 감안했을 때 대다수 물품이 저렴한 가격대에 포진해 있었다.

정해진 가격이 없는 만큼 밀고 당기는 흥정의 재미도 있었다.

시장 정보를 이미 답습해온 방문객들은 능숙하게 영어로 가격을 깎아내리고, 상인들도 익숙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준비해둔 계산기로 가격을 써내며 흥정에 나섰다.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에서 기차역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퉁초이 스트리트의 몽콕 야시장에서도 이 같은 풍경이 똑같이 펼쳐졌다.

몽콕야시장은 과거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 레이디스 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나, 지금은 템플스트리트 야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슬레이트와 나무 등을 통해 만든 허름한 점포들과 천장을 듬성듬성 천막으로 메워두는 등 몽콕야시장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


◇높은 공실률·시설 낙후…상권 ‘악화일로’

여전히 템플스트리트 야시장과 몽콕 야시장이 홍콩 야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본 시장 내부 활성화는 요원해보였다.

먼저, 공실률이 높았다.

템플스트리트 야시장만 하더라도 구분된 4개 구역에 단 68개 점포만 운영 중에 있었다. 점포 사이사이 이 빠진 듯 58곳 가량의 점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워져 있었다. 자리마다 적힌 번호와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 전압기만이 이 곳이 과거 점포를 운영했던 곳임을 짐작케 했다. 몽콕야시장 또한 상대적으로 영업 중인 점포가 많았지만, 템플스트리트 야시장과 동일하게 늘어나는 공실은 피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는 시설이 낙후됐다. 슬레이트와 나무 등을 통해 만든 허름한 점포가 대부분으로, 습하고 비가 잦은 홍콩 날씨 탓에 점포 간 통로 위를 천막으로 메워놨지만 물이 고이니 방문객 머리 위로 물폭탄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 같은 문제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과 모두 관련 있다. 요인은 결코 하나로 압축할 수만은 없다.

일례로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의 경우 시장 통로 옆으로 낮부터 저녁까지 이뤄지는 퇴폐 마사지 업소 홍보가 가족 단위 손님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변화 없이 지속되는 고루한 시장 형태도 발길을 끊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로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만큼 취급하는 품목이 대다수 싸지만 쓸모를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저품질의 가짜 또한 많을 뿐더러 과거 10년 전과 현재의 취급 품목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나마 과거엔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홍콩 사람, 즉 내수 거래도 활발했지만,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피할 수 없던 온라인 거래 활성화 속 경쟁력을 상실했다. 홍콩 야시장에서 파는 품목들이 품질은 낮은 반면, 온라인보다 가격은 비싸기 때문이다.

먹거리 콘텐츠도 부재했다. 국내를 비롯, 대다수 선진 야시장이 다채로운 먹거리로 손님을 모객하지만, 이들 야시장에서는 먹거리만을 파는 점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의 명성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만 겨우 유지하기에 소비층이 극도로 얇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즉,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홍콩 야시장은 상권활성화 측면에서 쇠퇴, 새로운 상인 유입이 안 돼 상인 뿐만 아니라 손님까지도 쫓아내는 상권으로 추락해버린 것이다.

/양시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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