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16)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운다


- 재생 준비중
2023. 08. 29(화) 19:43 가+가-
偶題(우제) / 공재 윤두서
小閣無塵霽景明 簾波不動惠風輕(소각무진제경명 염파불동혜풍경)
滿地綠苔如鋪錦 丁香花下午鷄鳴(만지녹태여포금 정향화하오계명)
집에 먼지 하나 없고 날씨도 화창한데
바람 너무 가벼워 발이 움직이지 않네
이끼가 비단 펼친 듯 낮닭이 우는구나.
봄날 따뜻한 기운이 온 대지에 퍼지면서 마음이 한가해 진다. 주위는 아무도 없고 할 일 없는 심사는 시심을 일으키기에 적절했을 게다. 궁상맞게도 바람도 움직여 주지 않고, 앞뜰에서는 소복하게 올라 온 새싹들 모습이 어찌 보면 푸른 이끼를 끼고 있는 것 같다. 맨드라미가 올라온 모습은 낮닭이 날개를 털고 있는 영락없는 꼴이다. 집에 먼지 하나 없이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 가벼워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 있군(偶題)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로 조선 후기의 선비화가다. 정약용의 외증조이자 윤선도의 증손이기도 하다. 장남 덕희와 손자인 용도 화업을 계승해 3대가 화가 가정으로 알려진다. 겸제(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과 조선 후기의 화단을 수놓은 삼재(三齋)로도 일컬어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집에 먼지 하나 없고 날씨는 화창하고 / 바람 너무 가벼워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구나 // 땅에 가득한 푸른 이끼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만 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우연히 시제를 붙이면서’로 번역된다. 햇볕 쨍쨍 내려 쬐는 여름날 오후의 정경을 그려내고 있다. 여름날 늦은 오후의 시골의 정경은 게으름 그대로다. 강아지란 녀석도 밤에 집을 지키기라도 했다는 등 낮잠에 분주한 모습이더니 닭장 터의 암탉의 모습이 덩그렁 거린다. 안방마님도 낮잠을 즐기는가 하면, 주인장께서는 점심을 마치자마자 오수의 즐거움에 취해있다. 여름날의 진풍경이란 그림 한 폭이다.
시인은 선경이란 시상은 움직임이 도무지 없는 고요함과 스산함이 배어나오는 시상의 주머니를 만난다. 부엌일을 하는 하녀가 깨끗하게 치워 집에는 먼지가 하나도 없고 날씨는 화창한데, 바람이 너무 가벼워 발까지도 움직이지 않다고 했다. 잔잔한 여름날 오후의 진풍경의 한 모습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선경에서 못다 그린 후경의 그림까지 모두 다 그려내려는 욕심을 부리더니만, 푸른 이끼와 맨드라미에 긴 붓을 들어 흠뻑 칠해놓고 만다. 땅에 가득한 푸른 이끼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 있다고 했다. 이제 다음 차례에 놓은 정구(情句)가 없는데 시인의 태도가 궁금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小閣: 집안. 집. 無塵: 먼지가 없다. 霽: 낮. 비개다, 景明: 날씨가 맑다. 簾波: 발이 파도를 치다. 주렴의 움직임. 不動: 움직이지 않다. 惠風輕: 바람이 가볍다. // 滿地: 땅에 가득하다. 綠苔: 푸른 이끼. 如鋪錦: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丁香花下: 맨드라미 꽃 아래. 午鷄鳴: 낮닭이 울고 있다.
小閣無塵霽景明 簾波不動惠風輕(소각무진제경명 염파불동혜풍경)
滿地綠苔如鋪錦 丁香花下午鷄鳴(만지녹태여포금 정향화하오계명)
집에 먼지 하나 없고 날씨도 화창한데
바람 너무 가벼워 발이 움직이지 않네
이끼가 비단 펼친 듯 낮닭이 우는구나.
봄날 따뜻한 기운이 온 대지에 퍼지면서 마음이 한가해 진다. 주위는 아무도 없고 할 일 없는 심사는 시심을 일으키기에 적절했을 게다. 궁상맞게도 바람도 움직여 주지 않고, 앞뜰에서는 소복하게 올라 온 새싹들 모습이 어찌 보면 푸른 이끼를 끼고 있는 것 같다. 맨드라미가 올라온 모습은 낮닭이 날개를 털고 있는 영락없는 꼴이다. 집에 먼지 하나 없이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 가벼워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 있군(偶題)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로 조선 후기의 선비화가다. 정약용의 외증조이자 윤선도의 증손이기도 하다. 장남 덕희와 손자인 용도 화업을 계승해 3대가 화가 가정으로 알려진다. 겸제(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과 조선 후기의 화단을 수놓은 삼재(三齋)로도 일컬어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집에 먼지 하나 없고 날씨는 화창하고 / 바람 너무 가벼워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구나 // 땅에 가득한 푸른 이끼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만 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우연히 시제를 붙이면서’로 번역된다. 햇볕 쨍쨍 내려 쬐는 여름날 오후의 정경을 그려내고 있다. 여름날 늦은 오후의 시골의 정경은 게으름 그대로다. 강아지란 녀석도 밤에 집을 지키기라도 했다는 등 낮잠에 분주한 모습이더니 닭장 터의 암탉의 모습이 덩그렁 거린다. 안방마님도 낮잠을 즐기는가 하면, 주인장께서는 점심을 마치자마자 오수의 즐거움에 취해있다. 여름날의 진풍경이란 그림 한 폭이다.
시인은 선경이란 시상은 움직임이 도무지 없는 고요함과 스산함이 배어나오는 시상의 주머니를 만난다. 부엌일을 하는 하녀가 깨끗하게 치워 집에는 먼지가 하나도 없고 날씨는 화창한데, 바람이 너무 가벼워 발까지도 움직이지 않다고 했다. 잔잔한 여름날 오후의 진풍경의 한 모습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선경에서 못다 그린 후경의 그림까지 모두 다 그려내려는 욕심을 부리더니만, 푸른 이끼와 맨드라미에 긴 붓을 들어 흠뻑 칠해놓고 만다. 땅에 가득한 푸른 이끼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맨드라미 꽃 아래서 낮닭이 울고 있다고 했다. 이제 다음 차례에 놓은 정구(情句)가 없는데 시인의 태도가 궁금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小閣: 집안. 집. 無塵: 먼지가 없다. 霽: 낮. 비개다, 景明: 날씨가 맑다. 簾波: 발이 파도를 치다. 주렴의 움직임. 不動: 움직이지 않다. 惠風輕: 바람이 가볍다. // 滿地: 땅에 가득하다. 綠苔: 푸른 이끼. 如鋪錦: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丁香花下: 맨드라미 꽃 아래. 午鷄鳴: 낮닭이 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