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66코스
우주의 기상 안고,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을 바라보다
2023. 07. 11(화) 20:36 가+가-

우암전망대에 도착했지만 해무가 잔뜩 끼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보았던 다도해 풍경은 한 폭의 빼어난 풍경화였다. (2018. 12. 15 촬영)

오늘도 어김없이 팔영산이 길손을 맞이한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산, 팔영산은 고흥을 상징하는 산이다.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뤄진 독특한 산세가 팔영산을 명산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팔영산은 고흥사람들이 항상 의지하는 산이자 외부인들도 즐겨 찾는 산이다.

팔영산을 기준으로 지명도 정해졌다.

팔영산(八影山) 남쪽 지역의 영남면(影南面)이 그러하다. 남파랑길 66코스는 고흥군 영남면 땅을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 66코스 출발점인 고흥군 영남면 간천마을은 팔영산 줄기에서 뻗어나간 우각산과 우미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했다. 우각산(牛角山)은 소 뿔에 해당하고, 우미산(牛尾山)은 소의 꼬리에 해당한다. 우각산 아래 해변에 우두(牛頭)마을이 있는데, 이는 소 머리에 해당한다.

천마을 골목길로 들어서자 돌담길이 고즈넉하다. 팔작지붕을 한 한옥과 어울린 돌담에 담쟁이 넝쿨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 마음도 어린아이처럼 단순 소박해진다. 정겨운 골목길은 마을 뒤편 임도로 이어진다. 우미산 능선으로 연결되는 임도다.

임도는 산비탈을 지그재그로 돌고 돌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종종 조금 전 출발했던 간천마을과 주변의 농경지가 평화롭게 다가온다.

임도는 우미산 능선 고갯마루에서 끝난다. 남파랑길은 우미산 정상 쪽이 아닌 북동쪽능선을 따라서간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길은 고요하고 상쾌하다.

우암전망대와 용암전전망대로 가는 길이 갈리는 중앙삼거리에 도착했다. 우암마을 우암전망대 방향, 용암전망대 용흥사 방향, 우미산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 길은 몇 년 전 우암마을-우암전망대-중앙사거리-용암전망대-우주발사대전망대로 이어지는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만난 적이 있다.

남파랑길은 이곳 중앙삼거리에서 200m 떨어진 우암전망대를 다녀오도록 돼 있다. 중앙삼거리에서 우암전망대 쪽으로 50m 정도 걷다가 발길을 멈춘다. 나무줄기가 아래쪽에서 용틀임하면서 원을 만든 후 위로 솟아오른 소나무의 독특한 수형이 이색적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모양을 이룬 이 소나무는 ‘용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무줄기가 아래쪽에서 용틀임하면서 원을 만든 후 위로 솟아오른 소나무의 독특한 수형이 이색적이다.


우암전망대에 도착했지만 해무가 잔뜩 끼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을 기대했는데, 오늘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당시 봤던 발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는 한 폭의 빼어난 풍경화였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떠 있는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는 물론 사도, 상화도, 하화도, 백야도, 개도 같은 섬들이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풍경이 그것이다.

중앙삼거리에서부터는 고도를 낮춰가며 해변으로 향한다. 고도가 낮은 용암전망대에서 혹시 조망이 터질까 기대했으나 여기도 마찬가지로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용암전망대에서는 여수 쪽 다도해는 물론 고흥우주발사전망대와 나로도까지도 조망이 된다.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한다.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야생화와 눈 맞춘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과 말없이 대화한다. 말없는 대화야말로 가장 진솔한 교감일 것이다.

곤내재 근처 도로에 내려선 남파랑길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곧바로 가지 않고, 몽돌해변으로 내려선다. 우미산 허리를 돌아가는 도로와 몽돌해변 사이에는 층층이 다랑논이 자리하고 있다. 다랑논에서 바라보니 산위에서 해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다도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낭도와 사도, 상화도와 하화도를 비롯해 고흥반도와 화양반도 사이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이런 섬들 뒤로 화양반도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몽돌로 이뤄진 해변이 예쁘다. 300m 길이의 몽돌해변 양쪽에는 기암절벽이 가파르게 서있다. 장구한 세월 동안 파도가 깎고 깎아 매끄러워진 몽돌들이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한다. 저런 파도를 견디면서 지금의 깔끔하고 둥글둥글한 몽돌이 됐을 것이다. 기암절벽을 이룬 해변은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용바위’에서 절정을 이룬다. 몽돌해변 서쪽에는 거대한 ‘사자바위’가 육지를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큰일을 치르기 전에는 이 사자바위 앞에서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으며, 사자의 이빨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300m 길이의 몽돌해변 양쪽에는 기암절벽이 가파르게 서있다. 장구한 세월 동안 파도가 깎고 깎아 매끄러워진 몽돌들이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한다. 저런 파도를 견디면서 지금의 깔끔하고 둥글둥글한 몽돌이 됐을 것이다.


몽돌해변 서쪽에는 거대한 ‘사자바위’가 육지를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다.


사자바위 앞쪽 절벽 위 해발고도 120m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서 있다. 사자바위와 몽돌해변을 등 뒤에 두고 우주발사전망대로 오른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니 완만한 오솔길이 맞이한다. 지하 1층, 지상 7층 둥근 탑 모양의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올라섰다. 우주발사전망대는 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와 해상으로 15㎞ 거리에 위치해 우주발사체의 발사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7층 둥근 탑 모양의 고흥우주발사전망대.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가 자체기술로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기 위해 건설된 한국최초의 우주발사체발사기지이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용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다도해를 이룬 섬들이 푸른 바다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보는 나로도 쪽 풍경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발아래에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을 갖춘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고, 그 뒤로 해창만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창만 뒤로 나로도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면서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시킨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보는 나로도 쪽 풍경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발아래에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을 갖춘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고, 그 뒤로 해창만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창만 뒤로 나로도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면서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시킨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가파른 계단길이다. 길이가 800m에 이르는 백사장은 양쪽에서 감싸주는 산줄기가 있어 포근하다. 해변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해돋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도가 높아 서핑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 뒤편 산자락에는 우미산 산비탈을 일구어 만든 계단식 논이 자리하고 있다. 농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로 올라서 작은 고개를 넘으니 남열리 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남열마을은 우미산 남쪽 자락에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 잡아 따스하고 시원하다. 남열리 마을 안길을 따라 해변으로 나가니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정도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백사장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백사장 옆에는 아담한 포구도 마련돼 있다. 반농반어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빠진다. 파도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려온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66코스는 우미산 능선을 넘어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남열리 해변까지 가는 길이다. 다도해 풍경을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고, 몽돌해변과 백사장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코스 : 간천버스정류장-우미산 임도-우암전망대-몽돌해변-고흥우주발사전망대-남열해돋이해수욕장-남열마을
※거리, 소요시간 : 11.2㎞,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간천버스정류장(고흥군 영남면 동방간천1길 10)
많이 본 뉴스
  1. 1
    호남삼육중 ‘지역인재’ 자격 박탈…학생·학부모 ‘날벼락’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지역의사 전형에서 ‘각종학교’인 호남삼육중 졸업생들의 지원 길이 막혀 논란(본보…

    #교육
  2. 2
    [사설]호남삼육중 출신도 지역의사제 지원 포함돼야

    광주 소재 호남삼육중학교 출신 학생들이 학교 자체의 법률상 분류 때문에 지역 의과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고 …

    #사설
  3. 3
    앰코, 3조 들여 공장 증축…외투기업 단일투자 ‘최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광주공장 투자 규모를 당초 1조원에서 약 3조원으로 확대해 첨단 반도체 제조라인을 증…

    #정치
  4. 4
    기아 PV5 기반 원격 카셰어링 서비스 실증…상용화 속도

    기아가 국내 최초로 원격 운전 기술을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 실증에 나서며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상용화에 …

    #경제
  5. 5
    최근 5년간 전남광주 온열질환 1천718명…12명 사망

    최근 5년간 전남광주 지역에서 1천7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1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

    #사회
  6. 6
    GGM 노사갈등 장기화…“전남광주시 중재 나서야”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사상생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이 전남광주시와 민형배 시장…

    #사회
  7. 7
    ‘청년결정 지방정부’ 전남광주시, 청년특위·정책관 ‘두 날개’ / 박진한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전남광주가 하나로 뭉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기고/칼럼
  8. 8
    광주 자원회수시설 어디로…후보지 4곳으로 압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가 9곳에서 4곳으로 좁혀졌다. 전남광주시 광역자원회수시…

    #정치
  9. 9
    잃은 돈 메우려 흉기 들었다…전남광주 도박 중독 ‘경고등’

    최근 전남광주 나주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범행 후 빼앗은 돈을 성인게임장에서 탕진한 정황이 알…

    #기획·이슈
  10. 10
    전남광주 반환일시금 전국상회…노후 소득 ‘깜깜’

    전남광주 지역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노령연금 대신 반환…

    #경제

기사 목록

광주매일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