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는 도장보다 자신의 이름을 쓰는 ‘사인’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공식 문서 등에는 도장을 찍는 경우가 많으며, 나를 대신하는 상징이자 징표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도사·해인사·송광사로 대변되는 삼보사찰(三寶寺刹)이 소장한 인장(印章)을 재조명,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를 담아낸 책이 발간됐다.

순천 송광사성보박물관과 상상창작소봄이 발간한 ‘삼보종찰 인장전’ 도록이다. 그동안 주요 문화유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사찰 인장’을 주제로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삼보사찰이 소장한 인장들, 조선 세조(1457년) 때 만들어진 해인사 소장 ‘불법승보인’(佛法僧寶印), 당시 스님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물을 한데 모아 엮었다.

책은 크게 3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불보종찰 통도사, 법보종찰 해인사, 승보종찰 송광사 등 각 사찰의 인장과 유물장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총 70여점의 사찰 인장과 이들을 보관했던 목재·황동 소재 인장함, 상어피를 두른 인장함 등 다양한 공예적 특성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실제 인장유물이 사용됐던 책과 전적류를 비롯해 불상의 몸에 봉안했던 발원문과 상량문, 조선시대 소지와 호계첩, 포교사 임명장 등 각종 기록도 함께 담아냈다.

또 책에서는 해인사 ‘불법승보’(佛法僧寶) 인장이 조선 세조 때인 1457년 제작된 것으로 새롭게 확인되면서, 제작시기가 밝혀진 조선초기 사찰인장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조선 세조 1457년 제작된 해인사 불법승보 인장 몸통

해인사 불법승보 인장

해인사 불법승보인

아울러 삼보사찰에 소장된 인장의 성격을 분석해 일제강점기 이른바 ‘31본말사 제도’ 시행 전 이미 조선시대부터 수사찰(首寺刹)을 중심으로 한 수말사(首末寺) 제도가 시행됐음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도록 출간과 더불어 책에 수록된 유물과 자료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오는 8월15일까지 순천 송광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리는 ‘삼보종찰인장’ 특별전이다.

집필에 참여한 김태형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은 “그동안 사찰 인장은 다른 문화유산에 가려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간된 ‘삼보종찰 인장전’ 도록과 전시를 통해 한국 불교사와 사찰 인장의 중요성에 대한 단면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송광사성보박물관은 송광사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곳으로, 한국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시민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물을 엄선한 상설전으로 관람객들에게 수준 높은 전시 또한 제공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