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여우와 두루미’가 남긴 교훈 / 이현
2023. 03. 29(수) 19:28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오늘의 ‘여우와 두루미’를 만나볼까요?

“내일 저녁 우리 집에 와,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게.”

여우는 눈을 반짝이며 두루미에게 말했어요. 두루미에게 신세진 일도 있어 맛난 밥 한번 대접하고 싶었거든요. ‘무슨 음식이 좋을까?’ 이왕이면 두루미가 맛나게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싶어, 고민에 빠진 여우. 굽고, 찌고, 삶고…. 요리방법도 다양한 만큼이나 어떤 식 요리를 좋아할지도 걱정입니다. 매운 청량고추 한 조각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소금 한 스푼 더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음식 종류를 시작으로 요리법과 간 맞춤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지끈 거린 여우는 고민 끝에, “좋아!” 고개를 끄덕이며 요리를 시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두루미도 좋아할 거야, 우린 친구니까!”

신이 난 여우는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요리를 준비하고, 두루미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여우네 집에 도착합니다. 분명 맛있는 음식이 준비돼 있을 거란 기대에 침도 꿀꺽, 삼키면서요.

“어서 먹어, 너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야.”

여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두루미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닭볶음, 오리 주물럭, 꿩죽.”을 두루미 앞에 내 놓았어요. 분홍 꽃이 그려진 동그라미 납작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요. ‘음~ 맛있어! 최고야 최고!’ 두루미가 엄지 척 손을 흔들며 ‘냠냠 꿀꺽!’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

하지만 두루미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뾰족한 부리를 가진 두루미에게 동그라미 납작 접시에 담아있는 음식은 그림의 떡이었거든요. 닭복음에 오리주물럭에 꿩죽요리도 두루미 음식이 아니었고요.

“왜? 왜 안 먹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두루미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여우는 화가 나 소리쳤어요. 두루미를 초대한 직후부터, 두루미에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싶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준비한 음식을 입도 대지 않은 두루미의 행동이 너무너무 얄밉고 섭섭했거든요.

“내일 저녁 우리 집에 와,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게.”

이번에는 두루미가 여우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어요. ‘좋아! 두루미가 준비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을 거야. 내가 그때 얼마나 화나고 섭섭했는데….’ 여우는 옳다 싶은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며 두루미 집으로 향했어요.

“내가 준비한 음식이야.”

두루미도 여우처럼 정성껏 준비한 ‘망둥어 조림, 조개구이, 우렁탕’을 호리병에 담아 식탁에 놓으며 말했어요. 두루미처럼 길고도 뾰족한 입이여야 겨우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막대모양 호리병에 담아서요. ‘이게 뭐야!’ 두루미가 준비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여우였지만, 여우는 화가 나 중얼거렸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내가 뭐 두루미인가? 여우한테 두루미 음식을 주면 어떡해? 그것도 호리병에 담아 주면 어떻게 먹으라고? 맛도 볼 수 없잖아.” 여우는 두루미를 흘겨보다 말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바로 그때, 두루미가 분홍 꽃이 그려진 동그라미 납작 접시에 ‘닭볶음, 오리 주물럭, 꿩죽.’을 예쁘게 담아 여우 앞에 내 놓으며 말했어요. “네가 좋아하는 여우 음식이야. 맛있게 먹으렴.” “어? 어. 미안해….” 주둥이가 짧아 호리병 속의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여우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 는 널리 알려진 만큼이나 내용도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여우는 납작한 접시에 수프를 두루미에게 대접하고, 두루미는 수프나 물고기를 여우에게 대접하는 내용이지만, 대접하는 순서가 바뀌거나 대접하는 음식 종류가 바뀌기도 한다. 서로 복수하려는 마음에 초대한다는 경우도 있고, 서로에게 행한 행동이 부끄럽고 미안해 여우는 두루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호리병에 담아 보내고, 두루미 또한 여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접시에 담아 보내 서로 화해했다는 내용도 있다. 조금 다른 내용으로 두루미는 납작 접시에 있는 음식도 잘 먹을 수 있고, 여우 역시 호리병을 기울여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배려나 위로가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한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말과 행동은 상처가 될 뿐이다. 배려든 위로든, 내가 편한 방식이 아닌 상대방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방식 이어야한다. 특별한 해결책도 없는 경우, 특별한 말도 필요 없다. 누군가 내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온전히 공감해준다는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위로가 된다.

‘그래, 좋아!’ 또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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