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도 장난감이 필요하다 / 최래오
2023. 03. 23(목) 19:44 가+가-

최래오 들꽃 작은 도서관장

어린시절, 놀거리는 많았다. 그중 축구공은 아주 탁월한 장난감이었다. 굳이 훌륭한 장난감이 없어도 좋았다. 무엇이든 장난감이 됐다. 돌멩이도, 막대도, 고무줄도 모두 유익한 장난감이 돼줬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날 시내버스 뒤에 매달려 버스 종점에서 종점으로 떠나는 모험은 정말 신났다. 그 시절 우리에게는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장난감이었다.

시간이 흘러 퇴직 후 홀로서기를 하는 요즘, 하는 일 없이 텅빈 들판에 서 있는 필자를 보게 된다. 이제 삶의 의무에서 벗어나 즐거운 날만 보내면 된다. 그러나 그게 만만치 않다. 직장생활은 주어진 여건에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되지만 하루 24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요즘, 더 어렵다. 잘 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처럼 어른에게도 장난감이 필요하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골프채라는 장난감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장난감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난감을 적절히 준비해두면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앞두고 미리 장난감을 준비해두는 게 좋겠다. 장난감 뿐 아니라, 놀이까지 준비한다면 금상첨화다. 필자는 퇴직 즈음해서 돈 걱정이 가장 컸다. 돈만 있으면 뭐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퇴직을 한 후 10년이 지난 현재는 다르다. 돈이 아니라 마인드다. 그리고 마인드 다음으로는 건강이 중요하다. 돈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돈 많은 사람이 잘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월 100만원으로 생활했다. 처음에는 전쟁같은 절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충 살아간다. 월 50만원을 추가하면 여행을 즐기며,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다. 그러나 그것도 하기 나름이다. 형편이 어려우면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크게 돈 나갈 일이 없다. 물론 도시에서는 그게 어렵다. 시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파트는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를 바 없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외출하지 않고 안에서만 살 자신은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어디에 살건 장난감이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더욱이 그 장난감으로 놀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더욱 좋다. 하여, 퇴직 전에 장난감과 놀이를 준비해두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는 그렇게 준비했었다. 퇴직을 1년 앞두고 필요한 장난감과 비품을 준비했다. 퇴직 후 신을 멋진 신발과 가방까지 마련했다. 퇴직 후에도 장난감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아침마다 쏘는 활과 새총, 읽고 읽어야 할 책들, 체력관리를 위한 런닝머신, 거꾸리, 잘 치지는 못하지만 폼잡는 기타와 드럼, 사철가 장단을 맞추기 위한 북, 여행 다니면서 글 쓰는 아이패드와 이어폰, 영화 보기 위해서 빔과 음향시설 등이 그것이다. 내가 소유한 최고의 장난감은 2년 전에 후배의 도움으로 만든 노래방이다. 작년에는 마지막 버킷리스트로 애마 레블500 바이크를 마련했다. 장난감은 아니지만, 애견 두 마리와 마당을 노니는 백봉 오골계 세 마리, 그리고 가끔 놀러오는 고양이가 있다. 방안에는 습도 조절용으로 열대어 엔젤 6마리도 있다.

하루종일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눈을 뜨면 명상과 플랭크를 하는가 하면 화살과 새총을 쏘면서 과녁을 맞추고, 하루 운세를 보는 것을 시작으로 런닝머신으로 달리며 하루 계획을 세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울적해지면 노래방에서 고성방가하면서 음악치료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바이크로 라이딩을 떠난다. 이 모든 것이 치유의 수단이고 길이다. 홀로서기에는 나름 내공이 필요하다. 일상 생활이기에 당연히 다가오는 권태와 허무, 공황장애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장난감 놀이가 커다란 도움이 된다. 즐겁게 놀다보면 그런 어려움을 잊거나 극복하게 된다. 새로운 어려움이 있으면 또 거기에 걸맞는 장난감을 찾아낸다. 그럴 여유를 갖고 있으니, 이제는 인생을 버티지 않고 조금 즐길 수 있게 됐다. 자신에게 어떤 장난감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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