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오늘, 우리를 위한 미래유산 / 김만호
2022. 12. 13(화) 19:06 가+가-

김만호 책임연구위원

올해 12월7일 광주시의회(안평환 의원)에서 주최한 ‘전남 일신방직 부지 제대로 개발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핵심은 광주의 마지막 근대산업유산을 어떻게 보존 혹은 철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30만㎡(9만여평) 전남 일신방직 부지에는 현재 30여개의 공장 관련 시설이 있다. 화력발전소, 보일러실, 고가수조, 굴뚝, 동상, 국기게양대 등 일부 시설은 이미 보존하기로 결정했으나, 나머지 27개의 공장건축물은 보존 및 활용을 논의하고 있다.

관련 T/F소위원회와 전문가 자문위원들은 27개의 공장건축물을 평가하기 위해 다섯 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역사적 가치, 물리적 가치, 장소 경관적 가치, 사회 문화적 가치, 지속적 활용가치가 그것이다. 이 기준을 통해 11차례에 걸친 합동회의를 진행했고, 평가결과 상위 10순위에 오른 공장건축물을 ‘우선 보존 고려대상’으로 제안했다.

사실, 전남 일신방직 관련 시설들은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 도의 문화재보호조례에 의해서 보호되는 지정문화재가 아니다. 1937년에 건립된 ‘서울 구 경성방직 사무동’이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광주의 마지막 근대산업유산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정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를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비록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그래서 미래세대에 전해줄만한 유산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 미래유산 관련 조례를 제정, 이러한 유산에 주목했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는 미래유산을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 무형의 모든 것으로, 서울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로 정의하고 있다.

기존의 지정문화재가 역사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했다면, 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이 가장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고, 보호뿐만 아니라 활용도 할 수 있다. 다만,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미래유산의 훼손이나 멸실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시작으로 전라북도 전주시, 경기도 파주시, 부산시 등에서 미래유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래유산은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하는 것이다. 또한 미래유산의 발굴과 제안, 선정과 활용의 전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도하는 정책이다. 때문에, 개발과 보존이라는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의 충돌과 균열 속에서 미래유산 정책의 시행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광주만 하더라도 서두에서 언급한 전남 일신방직 부지 개발 논의를 비롯해 신양파크호텔 공유화 문제, 광천동시민아파트 보존 논의 등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가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팀의 경기에 박수를 쳤던 이유 중 하나는 ‘빌드업(Build-up) 축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빌드업은 ‘티키타카(Tiki-Taka)’ 패스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피하면서 공격을 전개해 가는 것이다. 미래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도 정책의 빌드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시민과 전문가들이 미래유산을 발굴하고 선정하면, 행정에서는 유관기관과 함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지원하여, 결국 시민들의 기억이 담긴 유산을 후세에 전한다는 목표를 달성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유산은 장기적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미래유산을 곱씹어 생각하고 향유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유산은 미래의 후손을 위한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위한 유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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