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의료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의 시금석, 전남 의대 설립
2022. 11. 01(화) 19:28 가+가-

황성웅 연구위원

지난 3년 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위기는 우리에게 공공 병원과 의료 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최근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한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취약 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정부와 국회의원, 현장의 의료인들도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0월 초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지역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 발의도 줄을 잇고 있다.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가 가입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전남 내 의과대학 설립이다. 다른 지역에는 이미 1개 이상의 의과대학이 있다. 의대가 있는 지역은 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를 지역 내의 의료 취약지에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의료원을 확충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반면, 전남은 지역의 의료 문제 해결과 의료 취약지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인 의대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남의 필수의료 접근성은 매우 취약하다. 전남에는 전국 유인도의 58%인 271개의 섬이 있지만, 이 중 160여 곳에 의사가 없다.

전남은 22개 시군 중 17곳이 응급의료 취약지이기도 하다. 의사 인력과 의료시설 미비 등의 원인으로 중증의 응급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 4.7%를 훨씬 상회하는 9.7%에 이른다.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의 신경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하다. 현재의 의료서비스 수준과 의료지식을 활용한 검진과 치료로 피할 수 있는 회피가능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다.

중화학단지가 몰려 있어 화상이나 낙상과 같은 산업재해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실제, 전남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는 노동자 만명 당 비율이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전남은 지난 2017년 전국에서 제일 먼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의료 수요가 가장 많은 연령대이지만 이를 받아줄 양질의 의료 인프라와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연간 의료비 규모가 1조3천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하루속히 필수의료 서비스와 고난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의 설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은 모두 의대 부속병원 체제로 운영된다. 안정적으로 의사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의과대학 설립이 필수의료체계의 완비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2013년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망 감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2012년 기준 48조 원으로 예상했다. 2012년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예산의 다섯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의대 설립과 운영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1조 원에 달한다며 회의적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연구 결과는 현재 의사 배출 규모를 고려한다면, 100명 정원의 의대를 몇 개 증설해도 삶의 가치와 경제성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혜택이 투자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보다 ‘보편의료 접근성 및 품질 지수(HAQ)’가 높은 10개 국가의 인구 천명 당 의사 수는 3.8명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2.5명 수준이며 전남은 2명 이하의 상황이다.

전남은 당장의 지역 의료 문제와 더불어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대응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어느 지역에서나 누릴 수 있다는 안정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에 전남 의대의 설립은 정부의 지역 의료격차 해소 의지와 국가균형발전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감에 따라 지금까지 중단되어온 의정협의체의 신속한 재개를 통해 의대 설립과 증원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한다.

지역에서도 의대 설립을 위해 지역사회의 단합된 모습과 의지를 보여주고, 나아가 어떤 모습의 의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기회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황성웅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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