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의 함정 / 이현
2022. 08. 25(목) 18:42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들장미 소녀 캔디’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 나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의 나하고. 웃어라 웃어라 웃어라 캔디야, 울면 은 바보다 캔디 캔디야.” 텔레비전 속 캔디를 따라 ‘캔디 송’을 부르며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어야 되는 줄 알았다. 힘들어도 참고 또 참으며 웃으면서 달려야 되는 줄 알았다. 울면은 바보가 될 것 같아 남몰래 눈물을 쓱 훔쳤었다.

글로연의 그림책 ‘착한아이 사탕이’에 등장하는 사탕이도 어른들의 기준에 딱 맞춘 착한 아이다. 이름처럼 달콤한 사탕이는 친구들이 괴롭히고 놀려도, 넘어져 다쳐도 울지 않는 착한 아이다. 말썽쟁이 동생이 못살게 굴어도, 정성들여 그려 놓은 그림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화 한번 내지 않은 착한 아이다. 장난감이 갖고 싶어 몇 번이나 눈이 가면서도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 사탕이는 언제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다.

“착하니까 정말 예쁘다!” “밥도 잘 먹고, 착하네.”

어른들은 쉽게 말하지만 듣는 아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착하지 않으면 미운 아이가 될 것 같고, 밥을 잘 안 먹으면 나쁜 아이가 될 것 같다. “착하지? 정말 착하구나!” 어른들이 마음대로 씌워놓은 ‘착한 아이’ 프레임에 갇혀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가 없고, 화나도 화난다고 말 할 수가 없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사람이 될 것 같고, 인정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속내를 꽁꽁 감춘 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착한 것과 예쁜 것, 밥 잘 먹는 것과 착한 것은 상관관계에 있지 않다.

“아니야, 나 괜찮아!”

손사래를 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높여 말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 꼭 닫고 있는 게 평화로울 것 같을 때다. 아니라고 말해도 먹힐 것 같지 않고, 말해봤자 마음만 더 답답해 화가 치밀 것 같은 마음에서다. 마음 속 감정들을 애써 누르며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놓은 아픔들을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아 마음에 치는 방어막이다.

하지만 목소리 높여 괜찮은 척, 함박 웃으며 손사래를 칠수록 마음은 더 아프다.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도 쓸고 닦아내야 없어지는 것처럼, 함박웃음 속에 꿀꺽 삼켜버린 마음 속 감정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깊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어떤 식으로든 티를 내게 된다. 마음이 아픈 만큼 어두워진 기운들은 몸 안을 돌며 무기력증과 두통을 일으키고 면역력 저하에 따른 또 다른 질환들을 가져오게 된다.

어느 새 밤바람이 시원하다.

올 가을엔 우리 안에 쌓여있는 감정들에게 말 한 번 걸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직장이기에, 아빠이기에, 엄마이기에, 며느리이기에 꽁꽁 묻어야만 했던 우리 안의 감정들을 꺼내어 각각의 방법으로 털어내도 좋을 것 같다. 언제든 외롭고 슬플 땐 소리 내어 엉엉 울어도 보고,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도 하고, 웃으면서 푸른 들을 신나게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캔디들과 함께 앉아 수다도 떨면서 말이다. 서로의 가슴에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따스한 마음들이 담아 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비워야만 채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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