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6)쌍쌍일촌공동체
성·환경·다양성 교육…아이들의 ‘권리’ 바로 세운다
취약계층 인권서 아동 청소년 인권으로 확대
체험활동 그치지 않고 이웃 어르신과 나눔도
아이들이 시작한 플로깅 캠페인 마을 전체로
2022. 07. 03(일) 19:59 가+가-

쌍쌍일촌공동체가 아동·청소년의 인권 인식 증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마을의 월례행사로 ‘쌍쌍일촌 기후 위기 비상 행동의 날’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쌍쌍일촌공동체 제공>

광주 서구 상무2동은 광주에서는 최초로 영구임대아파트가 조성된 곳으로 소외계층이 밀집된 지역이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 공공사업도 대부분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사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쌍쌍일촌공동체’를 만들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모색했다. 돌봄, 보호, 교육 등의 부재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인권마을만들기’를 시작했다.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인권 인식을 증진,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공동체 회복에 나선 것이다.


◇아이들 인권향상 주력

광주 서구 화정2동을 중심으로 한 쌍쌍일촌 마을에는 초등학교 1곳, 중학교 3곳이 있다. 마을 인근에도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이 있어 수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업들이 사회적 취약계층과 노인에게 집중된 반면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의 다양한 권리를 위한 사업은 빈약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 부모, 다문화, 조손가정, 저소득 가정 등 마을에서 돌봄과 보호, 교육 등의 부재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취약계층이 밀집된 곳에서 아이들은 또다시 최상위 취약계층에 놓인 상황이었다.

이에 지역아동센터 7곳이 뭉쳐 아이들의 인권향상에 팔을 걷어붙였다. 참여 지역아동센터는 ▲동그라미 ▲뜰 ▲보물섬 ▲샘솟는 ▲쌍촌 ▲홀더 ▲함께할 새누리 등 7곳이다.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과거에 비해 빨라진 성장에 따른 성(性) 문제, 또래 사이에 벌어지는 따돌림과 폭력,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왕따와 인종 차별 등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놀 권리’의 침해는 심각했다. 잊혀진 아이들의 ‘놀 권리’를 되찾고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누리기 위한 체험, 놀이, 문화 활동을 펼쳤다.


◇체험에 그치지 않고 나눔 확산

가장 먼저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에 나섰다.

놀 권리, 다문화, 성교육 등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인권 교실, 체험활동을 운영하며 아동 권리, 다양성, 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인권 인식을 증진시켰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많은 단체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매월 한 차례씩 회의를 갖고 돌봄, 보호,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갔다.

함께하는 인권 이야기, 디지털 성교육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권교육을 총 14차례 진행했다. 다양성 인권교육은 학생에서 학부모, 조부모까지 대상을 확장해 효과를 배가시켰다. 성평등 교육을 통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도 매진했다. 과거에 비해 심각해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또 비누 만들기, 풍선아트, 미니 화분만들기 등 7차례에 걸쳐 다양한 체험활동도 이어갔다.

특히 미니 화분만들기의 경우 체험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이웃 어르신들과 나누며 마을 전체로 조금씩 스며들도록 했다.


쌍쌍일촌공동체는 교육과 체험을 통한 인권 인식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위부터 디지털 성교육과 미니 화분만들기 활동 모습.


◇각종 프로그램 마을 전체 확산

인권마을만들기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결실은 아이들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마을 전체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바로 ‘쌍쌍일촌 기후 위기 대응’이 그것이다.

미래세대인 아이들과 함께 전 지구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기후 위기를 제대로 알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불법 쓰레기 투기가 이웃의 쾌적하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 증가와 매립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다.

그 결과 실천과제로 ‘플로깅 캠페인’을 시작했다.

‘플로깅 캠페인’은 쓰레기 줍기·줄이기, 일회용품 줄이기 순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물론 플로깅을 통해 주운 투기 쓰레기도 분리 수거해 일반 쓰레기를 줄이고, 쓰레기가 생산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연차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심화시켜나갔다.

또 분리배출과 자원순환의 필요성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 활동으로 ‘노 플라스틱! 인증캠페인’을 펼쳤다.

이러한 의미 있는 아이들의 행보에 마을의 어른들도 동참했다.

‘쌍쌍일촌 기후 위기 비상 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을의 월례 행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22개의 지역단체와 마을동아리, 지역아동센터가 함께 마을의 거점 지역에서 환경정화 활동, 분리배출 캠페인, 장바구니 나눔 등을 진행한다. 정부의 2050 탄소 중립선언에 맞춰 ‘서구형 그린뉴딜 탄소중립도시 종합계획’을 발표한 서구의 정책과도 연계되는 마을 실천 활동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활동은 쌍쌍일촌 인권 마을 수행을 위한 월례 회의를 통해 매월 행사 날짜를 정한 후 올해에도 지속할 방침이다.


손평길 쌍쌍일촌공동체 대표

[인터뷰]손평길 쌍쌍일촌공동체 대표 “인권과 함께 성장하는 마을 만들고파”

“아이들이 마을에서 스스로 재미있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쌍쌍일촌공동체 손평길 대표는 사업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손 대표는 “주민 2만5천여명이 살아가는 이곳은 광주 최초 영구임대아파트가 조성된 곳으로 소외계층이 밀집 거주하고 있는 특색을 지닌 마을”이라며 “보기 드물게 복지관이 2곳이나 있으며 늘 다양한 사업들이 오랫동안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그는 “쌍쌍일촌공동체 사업도 처음 어르신은 물론 아이들까지 마을 전체를 아우르며 시작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사업이 빈약하다는 것을 느끼고 2년 차부터는 대상을 아동과 청소년에 맞춰 집중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아 아이들 역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늘 느껴왔다”며 “인근의 지역아동센터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과 청소년이 인권을 바로 알고 인권과 함께 성장하는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쌍쌍일촌공동체 인권마을만들기 사업 중 가장 큰 성과로 “아이들에게서 시작해 마을로 확산된 점”을 꼽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인권교육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성·환경 교육을 병행하게 됐다”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불법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어른들이 동참하며 ‘쌍쌍일촌 기후 위기 비상 행동의 날’ 캠페인으로 확장하고 마을공동체도 회복돼 모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체험활동으로 만든 미니 화분을 이웃에게 전달하며 아이들이 ‘나누는 기쁨’을 경험해 뿌듯했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째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나둘 결실을 맺어가며 새로운 계획들도 생겨났다.

손 대표는 “아이들과 교육을 진행하며 각종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디지털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도 커졌다”며 “인권교육으로 출발했지만, 내년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서 시작해 마을로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손 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여럿이 모일 수 없고 현장 체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며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져 마을에 있는 쌍학공원에서 아이들과 1박2일 캠프를 통해 마을 속으로 파고드는 시간도 갖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범순 기자
박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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