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5)김상집
“민청학련-5·18-6월항쟁은 민주화운동 한뿌리”
민청학련 후 봉심정서 민주주의·노동운동 매진
녹두서점서 5·18 열흘 상황 ‘광주백서’ 기록
2022. 06. 22(수) 20:34 가+가-

70년대부터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을 이어온 김상집(66)씨가 봉심정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민청학련 이후 인혁당 사형 집행 해부렀잖아? 방법이 없겠더라고… 칠판에 무기 그려놓고 박정희 쏴 버리라고! 5명이서 모의했지.”

1975년 봉심정에 민주주의를 위해 모인 김상집(66)과 이양현, 김남주, 정용화, 정상용, 박세정은 민청학련 이후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사형을 집행한 박정희와 유신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박정희 암살을 모사했다.

특경대로 입대한 정용화가 청와대에서 산책하는 박정희를 봤다는 말에 시작된 봉심정 민주인사들의 꽤나 진지했던 작전이다.

그 당시 박정희 암살 모의는 보안대에 잡혀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김상집은 녹두서점을 열었던 김상윤의 친동생으로 형의 심부름 등을 통해 김정길이 운영하던 봉심정에 자연스럽게 출입하게 됐다.

스무살이었던 그는 김남주가 운영하는 카프카서점에서 책을 통해 공부하고 기관의 감시를 피해 봉심정으로 이동해 선배들과 그에 따른 회의를 진행했다.

봉심정은 민청학련에서 석방된 인사들로 항상 북적였다.

이들은 1975년 석방 후 이성학 재헌의원, 조비오 신부, 홍남순 변호사, 황석영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재야인사들을 대거 포집해 민주회복구속자협의회를 결성했고, 5·18민주화운동 공동대처수습위원 등 광주 민주화의 근간이 됐다.

그들이 토론하고 논의했던 민주주의는 반유신체제를 넘어 노동운동으로도 뿌리 뻗었다.

특히 근로기준법, 임금, 조합노동법 등 번역본이 없던 시절 김상집씨는 노준현, 강종호, 전용호와 함께 소모임을 결성해 조직론, 자본주의 원서를 번역하고 분석하며 봉심정에서 매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쉼없이 공부했다.



소모임은 YWCA에서 노동법에 대한 강연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 들불야학 윤상원이 전민노련(민주노조연합회) 전담을 위해 김씨에게 대신 강학을 부탁하기도 했다.

1980년 5월1일 군제대한 김씨는 곧바로 전남방직에 취업했고 출·퇴근길에 도청 앞 민중궐기대회 등을 지켜보며 시민과 학생들이 하나 돼 외치던 5월을 또렷히 기억했다.

18일 새벽, 윤상원에게 친형인 김상윤이 예비 검속됐다는 연락을 받고 김씨는 녹두서점으로 들어가 모든 조직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

그날부터 상황일지를 쓰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22일부터 매일 전남대스쿨버스를 몰고 주요시위 장소로 향해 엠프설치 등 궐기대회 시작을 도맡아 했다.

태극기 행진, 가두행진, 궐기대회를 통해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진실과 염원은 그에게 충격을 넘어 사명감을 전했고, 1981년 석방되자마자 조봉훈, 들불야학 김성섭, 소준섭과 함께 열흘간의 5·18 상황일지를 ‘광주백서’로 정리해 정용화에게 전달했다.

광주백서는 이후 정용화를 통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에 담겨진다.

김씨는 “민청학련부터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까지는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나 뿐만 아닌 모든 선배와 동지, 후배들은 각 분야에서 인생을 바쳐 광주 민주화운동을 위해 달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봉심정은 그런 민주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공부하고 토론했던 곳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의 산실인 이곳이 보존되고 그 가치가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복·안재영 기자
오복·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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