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4)김정길
민청학련 등 70-80년대 광주 민주화운동 주역
반유신사회운동 주동자 낙인·내란음모예비죄 수감생활
김씨 “봉심정, 현존 유일 민주화운동 옛 터…보존해야”
2022. 06. 13(월) 23:08 가+가-

70-80년대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정길씨가 민주열사들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봉심정’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만세라고 적으면 내보내주겠다고 했지…나는 모진 고문을 이겨낼 수 없어서 결국 그렇게 적고 말았어.”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광주권)주동자로 잡혀들어간 김정길(72)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복잡한 표정으로 나지막히 말문을 뗐다.

이듬해 2월17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그는 23살 전남대학교 학생으로 반유신사회운동 주동자로 낙인찍혀 군사정권 아래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을 밝혔다.

당시 내란예비음모죄 등으로 잡혀간 그는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학생일 뿐이었다.

이날 동아일보 정치면에는 ‘내 신념 누가 꺾으랴’라는 제목으로 김정길씨를 포함 김지하, 김동길, 박형규, 나병식, 백기환 등 석방된 구속인사 6명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아래 쪽 광고면은 학생·교사·대학기관 등의 민주탄압을 멈춰야 한다는 짧은 글들이 적힌 광고 31개로 채워졌다.

민청학련 사건 재판은 요식행위로 이뤄졌고 허위자백을 통해 모든 것은 정해진 틀대로 진행됐지만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항소를 하지도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않았다.

재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그만의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

그는 절망과 체념으로 보냈던 1년의 수감생활은 고됐지만, 나와서 보니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는 민중 속에서 다시 한번 힘이 솟아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정길씨는 1950년생으로 전남대 상대에 들어가 민족사회연구회 서클을 조직하고 70-80년대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어간 인물이다.

남구 좁은골(현 조봉)에서 봉심정을 관리하며 민주열사들에게 사랑방을 제공했고 민주화운동과 후배양성 등 사회 전반적인 운동권의 중심에 서 있었다.

봉심정은 사방이 논과 밭, 저수지, 산으로 당시 보안국의 눈길을 피하기 쉬웠고 형사들이 들이닥칠 때 도주할 수 있는 루트가 전반에 형성돼 있어 전략적 요충지였다.

당시 민주투사들은 하나둘 그 곳으로 모여 들었고 시국을 논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그와 함께 이곳을 거쳐간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민주인사들로는 김남주, 윤강옥, 이강, 이학영, 박석무, 박현옥, 정용화, 정상용, 노준현 등이 있다. 이들은 혁명사상과 반체제운동의 당위성을 공부하고 사회운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젊은 후배를 끊임없이 배출했다.

또한 최철, 김덕배, 김금해, 박현옥, 이세천, 장석웅(KSCF·기독학생연맹), 김은경(YWCA), 이재의(RUSA, 독서토론반), 문화패를 주도했던 박석면(전대놀이패 탈반) 등 5·18때 주축을 이뤄 활약한 주요 서클들은 모두 봉심정을 거쳐갔다.

그의 어머님은 없는 살림에도 봉심정에 머무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가마솥에 밥을 지어주며 뒷바라지 했다.

그는 “좋은 일을 한다고 믿고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외롭고도 고독했던 민주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지탱해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씨는 세계적인 민주화 역사로 기록된 5·18민중항쟁에 대해 광주에서 이어온 민주운동의 맥이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5·18민중항쟁을 비롯해 광주의 모든 민주화운동들은 국민들의 민주 염원을 각인시켰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질 저력을 해외와 국내에 뿌리내렸다는 부분을 알려야 한다”면서 “광주 역사의 산실인 이곳에서 이뤄진 민주열사들의 피나는 노력을 잊지 말고 발굴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민주화 운동을 해나간 터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봉심정 뿐”이라면서 “5·18민중항쟁이 있기까지 그 전부터 형성됐던 민주화운동 또한 주목해야 한다”고 봉심정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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