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3)5·18민주화운동
70년대 뿌리내린 ‘민주화 씨앗’…80년 5월 피어나
사전검거 등 주요 활동가 빈 자리 후배들 메꿔
폭행 목격 시민들 거리로…6월 항쟁 불쏘시개
2022. 05. 23(월) 20:25 가+가-

사진=광주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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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jdaily.com/1652281052574293005
<관련 기사 - [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2)민청학련과 교육지표 사건>
http://kjdaily.com/1652612695574505005

“이 분노, 불타는 의협심… 죽어도 좋다.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도 상관없으니 뭔가를 해야 한다.”

1980년 5·18을 목격한 후 전남대 클럽 독서잔디 창단1기 박용수씨는 “당시 피가 끓는 느낌을 받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살아남은 자로서의 질곡의 근현대사의 현장을 구술했다.

전남대학교 75학번인 그는 당시 유신독재라는 야만의 시대에 뜻을 함께 했던 장소로 봉심정을 기억했다.

봉심정은 외지고 동떨어져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선배들과의 소통의 장이자 민주주의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고, 무수한 사회 활동가 후배들을 배출했다.

5·18 이후 그는 진실규명을 위해 여수로 가 등사기로 인쇄물을 뿌리는 등 남은 자로 부끄럼 없이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이어갔다.(광주 남구청 제작 ‘봉심정’ 구술 일부)

1979년 박정희 사망 후 신군부는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12·12군사정변을 일으켰고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솟아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사회 전반에 걸쳐 분출되는 ‘80년의 봄’으로 피어났다.

당시 서울시내는 학생 시위대로 가득 찼고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전두환 퇴진, 계엄철폐’를 외치는 반정부 가두시위가 확산됐다.

1980년 5월 광주도 민주화 열망이 피어나던 시기로 5월14일부터 16일까지 전남대학교(총학생회장 박관현)외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전남도청 일대에서 민족민주화성회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열망을 분출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신군부 세력은 집권 시나리오인 시국수습 명분을 내세워 5월17일 국회 폐쇄를 포함한 전국 비상계엄령을 선포했고, 정치권력 찬탈에 걸림돌인 학생, 정치인 등 2천699명의 민주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했다.

그 당시 이미 남민전 사건으로 봉심정 멤버인 김정길, 이강, 김남주 등은 옥고를 치룰 때였고 윤한봉, 김상윤 등 광주권에 남아있던 사회활동가들이 사전에 검거되거나 피신하면서 노준현, 김상집, 윤강옥 등 후배 대열의 학생들이 5·18 시위를 주도했다.

노준현과 김상집, 이재의 등은 김정길, 김남주 등과 함께 민청학련 이후 봉심정에서 교육학 영문번역 등 인간화 교육을 해나갔던 인물이다.

또한 최철, 김덕배, 김금해, 박현옥, 이세천, 장석웅(KSCF·기독학생연맹), 김은경(YWCA), 이재의(RUSA, 독서토론반), 문화패를 주도했던 박석면(전대놀이패 탈반) 등 봉심정을 거쳐간 수많은 활동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주요 사회운동가들이 없는 가운데서도 이미 함성지·민청학련·교육지표 사건 등을 거쳐 광주 시민들에 뿌리내린 민주주의 염원은 계엄군의 총·칼에 굴하지 않고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민중항쟁으로 이어졌다.

18일 오전 10시께 노준현, 김상집 등 전남대 학생들이 ‘계엄 해제와 휴교령 철폐’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진행했고 17일 비상계엄으로 진주했던 7공수부대와 대치한 것이 5·18의 시작으로 기록됐다.

군자료, 재판기록, 수사기록 등에서 발췌해 정리한 5·18민중항쟁 일지에 의하면 5월21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검거된 시위대는 총 1천81명으로 시민 73%, 학생 27%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이전 18일 학생 운동이 항쟁의 불씨가 됐다면, 이후는 깨어있는 일반 시민들의 주도로 민중항쟁을 펼쳤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들불야학 활동가들은 광주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10일간 유인물 ‘투사회보’를 제작·배포했다.

윤상원과 전용호가 글을 썼으며 박영순 등은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트럭을 타고 광주의 상황에 대한 방송을 진행했다.

이후 23일 정상용, 박효선, 이양현, 윤상원, 김태종 등 70년대부터 활동했던 광주운동가들은 녹두서점에서 모여 집회를 기획하고 학생수습대책위원장을 만나 집회 진행 등을 논의,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이어갔다.

25일 조비오 신부, 명노근, 송기숙 교수와 조아라 회장, 박석무, 홍남순, 윤상원, 정상용 등은 한 자리에 모여 시민수습대책위원회에 대거 합류하는 기점으로 25명의 명의로 정부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들불야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윤강옥, 정상용, 박효선, 이양현 등은 도청으로 들어갔다.

27일 오전 3시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이 시내로 진입했고 YMCA와 전일빌딩, YWCA에 진입한 군인들은 저항하는 시민들을 살해, 오전 5시 진압 작전은 종료됐고 10일간 이어진 광주시민들의 장렬한 항전이 막을 내렸다.

이후 정상용·정용화 등은 전국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기독교와 천주교 등을 통해 5·18의 기록을 수집했고 이재의·조양훈 등을 통해 초록을 썼다. 이후 황석영에 의해 ‘넘어넘어’가 출판됐고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희생했으며 학생들 뿐아니라 사회각계인물들도 진실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장렬한 최후의 항전은 패배했지만 결국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각인시켰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질 저력을 해외와 국내에 뿌리내렸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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