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지역발전 / 김일태
2022. 01. 18(화) 19:32 가+가-

김일태 전남대 교수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우울하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의 기세는 80%를 훌쩍 넘은 백신접종, 그리고 부스터 샷으로도 잡히지 않고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간 대다수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방역에 협조했지만 다시금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에 방역 백신 도입과 자영업자의 영업 제한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서민의 삶마저도 팍팍하다. 그나마 주력산업 중심의 수출 호조로 경제는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만 여전히 부동산가격의 불안정과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가 비전과 지역발전의 공약을 내놓고는 있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기보다는 상대방 폭로전에 열중하고 계층, 세대, 성별, 지역을 대상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국민은 불안하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으로 엄청난 성과를 이룩했다. 1953년 일인당 국민총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지만 본격적으로 1962년부터 시작된 국가주도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의한 공업화 전략과 수출주도 정책으로 농업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비록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1차 석유파동(1973), 제2차 석유파동(1979), 1980년대 고3현상(고유가·고달러·고금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1997), 글로벌 금융위기(2008),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3차례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OECD 가입(1996), 2018년 일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였고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선진국 지위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산업화시기에 국가가 선별적으로 수출에 유리한 업종과 입지를 선택함으로써 수도권과 영남권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였고 중화학공업부문의 과잉투자로 산업단지 조성이 축소되고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 관련 지식산업 중심으로 변하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었다. 성장기에 비수도권 지역은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업종 대기업의 조립 공장으로 지역경제를 버티어 왔지만 조립라인의 해외 이전, 그리고 글로벌 경기변동이 곧 바로 지역경제의 위기로 연결되어 공장이 폐쇄되고 일자리가 없어진 지역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런 지역 간 불균형과 수도권 집중의 해소 노력으로 정부는 국토의 효율적 및 균형적 개발전략으로 1972년부터 3차례 국토종합개발계획과 한차례 국토종합계획을 시행하였고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1-2040)’을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에서는 ‘인구의 지방정착 유도’를 4대 기본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였고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에서 ‘지방분권화와 자율화 추세에 부응한 지방분산형 국토골격 형성’을 기본 목표 중 하나로 삼아 ‘인구와 산업의 지방정착 유도와 수도권 집중의 지속적인 억제’와 ‘국토개발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중부와 서남부 지역에서의 신산업지대 조성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전략으로 채택하였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4대 도시(광주·부산·대구·경남)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지방중심의 발전전략 전환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2003년부터 국가균형발전의 의지를 실천했던 참여정부는 4개의 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 행정도시특별법, 기업도시특별법, 혁신도시특별법)을 제정하여 추진하였다. 지역은 11개 도시에 10개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특별시의 출범으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기업이전의 기업도시는 거의 불발되었다. 참여정부 이후 지역정책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졌지만 균형발전의 의미는 퇴색되고 축소되는 실정이다. 그동안 150조원 이상의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지역은 점차 쪼그라지는 혹독한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불과 국토의 11.2%에 해당하는 수도권은 2020년 기준으로 인구 50.2%, GRDP 52%, 상장기업 72%, 정치(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 47.8%를 차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위기의 지역은 대전환의 시점에 놓여있다. 지금의 국가균형발전으로는 비수도권의 부흥은 역부족이다. 전환적 접근은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경제권역의 조정으로 산업의 연계를 통해 비수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간 불균형의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해 신산업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인프라, 그리고 인적자원의 전면적 재배치와 업종의 재지정으로 비수도권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지역발전은 과밀과 혼잡으로 폭발 직전의 수도권과 소멸 위기의 비수도권이 공동 번영하기 위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서 루이스(Arthur Lewis)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라고 강조한 것처럼 국민과 국가가 ‘균형발전의 의지’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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