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번
김종민
논설실장
2021. 09. 16(목) 19:51 가+가-
집 안 거실 한 켠에 자리잡은 고무나무가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잘 죽지도 않고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고 해 공간을 내어준 뒤로 나름으로 돌본 덕분인지 신선함을 지켰다. 잠시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말 그대로 무념무상, 소위 ‘멍 때리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행운이었나 싶다. 물 주기를 놓치는 것 부터였다. 그것도 삼시세번 이었을까. 두 번은 그랬을 수 있다 했으나 마지막은 용납될 리 만무했다. 잎파리가 하나 둘 갈색으로 변하더니 하나 둘 떨궈졌다. 이후 속도가 붙어 흉한 몰골로 말라붙었다. 고사(枯死)다.

너무도 쉽게 매 순간, 타이밍을 놓치는 게 문제다. 식물 가꾸기도 그랬다. 반려식물 문화가 트렌드라고 하는데 완전 초짜였다. 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실수,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또 이를 인정하면서도 거듭한다. 실수를 줄이는 노력에는 지나치게 인색해서다. 그러나 뒷감당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는 책임 회피에 가깝다.

정치는 어떤가. 살아움직이는 생물이면서 피도 눈물도 없다. 냉혹한 현실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 일상 생활과 다르게 무심했다간, 실수한다면, 참담한 실패를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단 한 번 뿐일까. 적어도 삼세번, 세 번의 기회는 있을 것인데도 제때 살리지 못해 결국에 파탄나고 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 호남지역 경선이 추석 직후로 예정돼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여당 텃밭에서 ‘명낙대전’이 불붙는다.

과반 득표율 1위를 달리는 대세론의 이재명 경기지사, 국회의원 배지를 던진 배수진 이낙연 전 대표의 살얼음 승부다. 본선 직행의 쐐기를 박을 것인가, 극적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느냐다. 빅3로 출발했지만 중도하차, 백의종군을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의 고향 전북 표심의 향배도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휘말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로까지 번지면서 독주체제가 흔들린다. 본인은 괴문서라고 공작하지 말라는데 최대 위기다. 홍준표 의원은 직선 성격에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세가 급등했다. 사사건건이 대립각을 세우는 ‘윤홍혈투’, 매섭다.

정치판이 출렁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 만큼이나 격정의 시대다.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또 법적으로도 지나칠 정도의 네거티브가 넘친다. 하여 감동도 없고,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지역 공약이라고 해봐야 대동소이다. 비교우위는 없다. 결국 ‘될 만한 있는 후보’를 밀어주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가 판세를 결정짓는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일, 중대한 정치 일정이다. 본격 경선전에 들어서 흥행은 아니어도 분위기는 달궈지는 중이다. 대선 주자들은 모든 것을 쏟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 그래서 명심해야 한다. 작은 실수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아울러 진정성으로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

민족 대이동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여전한 기세의 코로나 속에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당국은 백신 접종률을 보다 신속히 끌어올리는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또 가족, 친지 간 만남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다. 불가피하게 만나더라도 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수상한 시절이다.

한 순간의 유혹에 지금껏 공든 탑이 무너져선 안된다. 방역에 있어선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끝장이다. 실수가 곧 실패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생계의 끈마저 놓아가고 있다. 제발 장사 좀 하게 해 달라, 살려달라고 절규한다. 고향가는 길이 막힌 코로나 한가위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유독 무덥고 목말랐던 지난 여름, 나무 한 그루를 잃었다. 음이온 발생량이 가장 많아 요즘 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뛰어난 공기정화식물, 안타깝다. 삼시세번이면 실수라 둘러댈 수 없다. 또 한 번의 실패가 분명하다.

인간만사, 삼세번 행운은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나다. 한 번은 괜찮겠지 했다. 두 번도 괜찮았다. 그러나 세 번의 정책 실패, 특히 날개 단 부동산 문제는 분노를 사고도 남았다. 한 번 돌아선 민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임기 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민주주의의 심장 광주와 전남, 호남은 상징성이 큰 요충지로 ‘1% 표차’ 역대 가장 긴박한 선거의 분수령이다. 천하의 민심을 얻으려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산이다. 내 편을 삼기 위한 ‘삼고초려(三顧草廬)’라도 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힘들어 아파하는 민생을 보듬어야 한다. 또 숙고해야 한다. 무릇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대를 견인하기 위해 바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그 해답은 삼시세번일 수 있다.

1년8개월 코로나로 무너진 공동체의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때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추석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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