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끊고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 사건’이 전국을 들썩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관리·감독 부실과 제도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잦은 발찌 훼손과 성범죄자 관리 인력 부족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법무부와 경찰의 공조 체계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전자발찌가 너무나 쉽게 무력화되고 성범죄자 수에 비해 전담 직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끔찍한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최근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 마련 ▲관련 인력 확충 ▲경찰과 공조 체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책을 내놨으나 졸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전자발찌 도입 초기 우레탄 소재를 금속 재질인 스프링강을 삽입한 신형 모델로 보급하는 등 이미 6차례에 걸쳐 재질 강화에 나섰지만 훼손은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담 인력 확충도 요원한다. 국내에 발찌를 찬 전과자는 4천847명이지만 감시 인력은 고작 281명으로 1인당 관리 대상이 17명이 넘는다. 오히려 자신의 보호관찰관을 폭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업무 강도만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 장흥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마창진의 소재도 17일째 확인되지 않고 있어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마씨는 같은 달 2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부랴부랴 마씨에 대한 수사를 공개 수사로 전환, 목격자·제보자를 찾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씨 사건 역시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자발찌 무용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감시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된다. 법무부와 경찰이 보상을 통한 교화와 재활에 중점을 두고 사회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전자발찌의 기존 취지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