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국립 의과대학 설립 논의가 1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이다. 관련 논의가 멈춰선 것이 다름 아닌 코로나19 상황 장기화 때문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도내 중증 환자 치료 시설이 없어, 중증 환자 23명 중 16명이 타 시·도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남도민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인구는 연간 80만명으로 추정된다. 연간 유출 비용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내용이 본보를 포함한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알려지게 됐다.

전남도는 공공의료 확대와 의료 인력 확충을 촉구했고 정부 역시 공감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7월 23일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과대학 설립을 검토·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치가 사실상 확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섰고 관련 논의를 의정협의체에서 진행키로 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 안정 때까지 논의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잠정 중단됐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다소 안정화되던 올해 2월 의정협의체 7차 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논의 재개를 제안했지만 의정 합의를 앞세운 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의정협의체는 열리지 않고 있다.

전남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립 의과대학 유치가 급선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논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져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오는 11월 의정협의체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남도도 의정협의체 재개에 대비해 전남지역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확정 짓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 의과대학 유치의 문턱이 코로나19로 현저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의과대학 논의가 코로나19로 멈춰설 게 아니라, 선결 과제라는 점을 의정협의체가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