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광주의 민심 호남의 민심
2021. 05. 20(목) 19:32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5·18민주화운동 제41주기, 전국의 이목이 광주로 쏠렸다. 정치권이 총집결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빅3’ 대권주자들은 광폭 행보를 보였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안방 민심을 붙들기 위해 광주에서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강경해진 저마다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권 지지율 선두를 굳건히 해야 하고,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반등이 절실하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발언에 하향세다. 반면 참패로 끝난 4·7재보선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이 지사는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다. ‘준비된 리더십’을 기치로 등판한 정 전 총리는 접촉면을 지속해서 넓히고 있다.

각기 물밑 세불리기에 박차를 가하며 ‘매머드급’ 캠프를 준비하는 이들은 탄탄한 조직망을 갖춘 호남권 국회의원 포섭 경쟁에도 뜨겁다. 광주와 전남 의원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상당수가 이 전 대표에 몰렸지만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지사는 민형배(광주 광산을)·주철현(여수갑) 의원, 이 전 대표는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윤재갑(해남완도진도)·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을 확보했다. 정 전 총리는 신정훈(나주화순)·김회재(여수을)·조오섭(광주 북갑) 의원 외에도 고향인 전북에서만 안호영·김성주 의원 등 8명에 이른다. 송갑석(광주 서갑)·윤영덕(동남갑) 의원은 출마가 예상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이 밖의 의원들은 중립 또는 관망하는 편으로 여론의 흐름에 따라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주민 여론을 수렴하지 못한 섣부른 결정을 했거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1대 총선에서 18명의 의원 중 무려 13명이 초선으로 전면적인 세력 교체를 통해 새 바람을 기대했지만 아직껏 정치력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해서다.

대권주자들은 최근 지역별 지지조직도 잇따라 출범식을 열고 세력화에 들어갔다. 조만간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화하는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전국적인 거점을 다지며 세몰이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분위기다. 중대한 정치사를 앞두고 이들은 5·18 기념식을 즈음해선 ‘3인 3색’ 메시지로 존재감을 한껏 각인시켰다. 이 전 대표는 절치부심, 호남에 상주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에 분주했다. 연초 자신이 꺼냈던 사면론을 공식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면서 기본권과 평등권을 화두로 개헌 촉구를 담은 ‘광주구상’을 제안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연고가 부족한 이 지사는 대중적 지지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확장성 및 본선 경쟁력의 우위를 내세우며 쐐기 박기에 나섰다. 국가폭력 범죄에는 반드시 공소·소멸시효가 배제돼야 한다고 진상규명과 단죄 필요성을 전면에 부각했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전 총리는 ‘호남 대통령’ DJ와 자신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평소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중도 성향이지만 ‘광주에서 봉하까지 검찰개혁·언론개혁 민주주의 대장정’을 언급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텃밭 민심은 오리무중이기만 하다. 오히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콘크리트 지지를 보내준 지지율은 하락세를 나타내는 양상이다. 예사롭지 않은 흐름인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들은 촛불혁명의 동력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 포스트 DJ를 꿈꾸며 구애를 멈출 수 없다. 호남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유사한 출신·배경에 중도 지향의 성향마저 비슷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더 강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수도권의 호남 표심을 흡수한데 이어 당내 친문진영의 반 이재명 세력과 연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술적으로도 유리하다는 배경이 깔렸다. 실제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 지역별 분포는 호남 출신 수도권 인사들을 포함하면 호남이 40% 가량을 차지한다.

불과 한 달 후면 민주당의 예비후보 등록(6월21일-22일)이 이뤄진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앞으로 10개월, 들썩일 채비를 해야 하는데 호남이 침묵하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세력의 본산으로서 4·7재보선 패배의 책임감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은 민주정부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시대적 숙명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정권안정론에서 심판론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지 않은가. 호남은 매 선거에서 ‘될 수 있는 사람’을 밀었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거둘 수 있어도 자존심을 버릴 수는 없는 이치다.

정치권은 5·18민주화운동 직후인 5월말 6월초 호남 지지율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 결과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이라고 표현했다. 민심을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 호남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쨌든 대선 레이스 초반 판세의 승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답은 호남에 있다. 정권재창출의 열쇠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호남의 고민이 지금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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