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8)‘전남 으뜸인재’ 포항공대 화학과 기민정
“학생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더 많아져야”
즉각 도움 얻을 수 있는 체계적 프로그램 필요
지역 교육 ‘싫어하는 것을 배제하는 형태’ 문제
코로나19 ‘오픈소스 강의’ 등 다른 방향성 제시
한전공대 출범 기대 커 노벨상 수상 최종 목표
2021. 05. 11(화) 20:20 가+가-

지난해 ‘전남 으뜸인재’로 선정된 포항공대 화학과 기민정씨가 자신의 책상 앞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장성고등학교를 졸업한 기씨는 다양한 경험에 높은 가치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 별별기자단, 삼성 드림클래스 수학멘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분석평가그룹 인턴십, 전남 글로벌 비전캠프 등에 참가했다.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교육 격차는 호남과 수도권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수많은 청춘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상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꿈을 지켜온 지역 인재들이 있다. 전남 장성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거치며 과학자의 꿈을 키운 기민정(21·여·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씨가 대표적인 예다.

기씨의 꿈은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자다. ‘2017 대한민국인재상’에 선정된 기씨는 국가인권위원회 별별기자단, 삼성 드림클래스 수학멘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분석평가그룹 인턴십, 전남 글로벌 비전캠프 등에 참가해 견문을 넓혀왔다.

‘전남 글로벌 비전캠프’ 참가 당시 그룹 팀장으로서 지역의 장점인 친환경 에너지에 주목했다. 태양광 야간 조명등 시설 확충에 따른 야간 보행 안정성 효과, 관광지 친환경 자동압축 쓰레기통 설치로 관광지 환경개선 효과 등 신재생 에너지 시설 효과 분석, ‘전남형 에너지 도시 인프라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전남도의 ‘으뜸인재’에 선정되기도 했다. 화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기씨는 “‘으뜸’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감사하게, 또 운 좋게 사업 수혜자로 선정된 것”이라며 “어떤 일이든 시도해보는 무모함 속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다양한 경험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학업에만 열중하지 않고 동아리, 대외활동, 학과 활동 등 모든 일이 공부였다”며 “한 가지만 집중하는 사람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혁신 주기는 짧아지고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사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계발과 훈련 등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씨는 “지역 교육 환경에 대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연해 잘 인지하지 못했다”며 “대학교 진학 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하며 교육 격차를 느꼈고 잠시 지역 중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꿈인 기민정씨가 ‘전남도 대학생 비전 캠프’에 참여해 관련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 분위기가 단기간에 형성될 수 없지만 학생 개개인이 교육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하고 그 의지를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기씨의 생각이다. 또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씨는 수도권 지역 교육이 다양한 분야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지역의 교육은 제한된 분야 중 ‘싫어하는 것을 배제’하는 형태라고 나름대로의 진단을 내렸다.

그는 “제한된 분야가 흥미 분야인 운 좋은 학생도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며 “학업이든, 취미든, 무엇이든 선택지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학생들에게는 경제적 요소도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단,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상황이 오히려 지역에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기씨가 학교 실습복을 입고 수업을 준비 중이다.
기씨 역시 MOOC 등 다양한 플랫폼이 제공하는 오픈 소스 강의를 보며 교육의 질이 높아짐을 실감했다. 최근 학교 수업 실험 과정이 비대면으로 VR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씨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호남지역 교육에 훈풍이 불어온 것으로 표현했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내년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씨는 “한전공대가 어떻게 출범할 지 정말 궁금하고 대학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연구를 했으면 한다”며 “대학이 교육과 연구 기관으로 잘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반겼다.

노벨상 수상은 과학자로서 최종 목표다. 기씨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것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나의 연구를 구상하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매일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기씨는 “학벌, 학점, 대외 활동 등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비교 요소는 너무나 많다. 원하는 길이 있다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남이 한 것에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내가 한 것, 그리고 할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같이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고 지역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모두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각자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임후성 기자
임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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