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09)
내 한 점 붉은 마음만은 어찌 변할 수 있으리
2021. 03. 30(화) 19:36 가+가-
西京別曲(서경별곡)
익재 이제현

내가 비록 구슬 바위 떨어진다 하여도
결코 구슬 끈은 끊어질리 없겠지마는
천년을 임과 이별에 마음 어찌 변하리.
縱然巖石落珠璣 纓縷固應無斷時
종연암석락주기 영루고응무단시
與郎千載相別離 一點丹心何改移
여낭천재상별리 일점단심하개이


익재집에 소악부 11수가 전한다. 우리 민간에서 불러지던 노래를 칠언절구 한시로 채록해 엮어 놓은 소중한 문학작품들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민간의 민요였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전체의 기록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을, 있었던 서정적 지향 세계로 곱게 다듬어 놓은 작품이다. 선현들은 이별의 아픔을 시문 속에 잘 꼬기작대면서 그렸다. 비록 내가 구슬 바위에 떨어진다고 해도, 결코 구슬 끈만은 결코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내 한 점 붉은 마음만은 어찌 변할 수 있으리(西京別曲)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으로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시인이다. 1320년 충선왕이 토번으로 유배되자 귀국해 충선왕 방환운동을 적극 추진, 유배지를 토번에서 타마사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1323년에는 유배된 충선왕을 방문함에 따라 그런 역할을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비록 내가 구슬 바위에 떨어진다고 해도 / 구슬 끈만은 결코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 // (비록) 임과 오늘 천년을 서로 이별한다고 하더라도 / 내 한 점 붉은 마음만은 어찌 변할 수가 있으리]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서경에서 이별한 애절한 곡조 / 서경별곡을 부르며]로 번역된다. 서경별곡은 13연으로 구성돼 있지만, 내용상 3단락으로 나눈다. 첫째는 임이 자신을 두고 떠난다면 정든 고장 서경과 길쌈하던 베도 울면서 따르겠다며, 둘째는 자신은 천 년을 홀로 지낸다 해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며, 셋째는 임이 정작 배를 타고 대동강을 건너가자 뱃사공을 원망하며 다른 여자를 만날까라는 조바심을 내는 심정을 그렸다.

시인은 위 둘째 단락에서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깨어져도 그 끈은 끊어지지 않는 것처럼 인용했음을 상기하는 시상이다. ‘비록 내가 구슬 바위에 떨어진다고 해도 / 결코 구슬 끈만은 결코 끊어질 때가 없겠다’고 했다. 여인의 강인한 자기 심회를 피력하는 강인함을 보인다.

다시 화자는 셋째 단락에서 천년을 묵묵하게 기다리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시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비록 임과 천년을 서로 이별한다고 하더라도 / 내 한 점의 붉은 마음만은 어찌 변할 수가 있으리라’고 했다. 여인의 한은 천년을 간다는 속설이 여기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한다. 조선 여인의 수절(守節)을 생각해 본다.

※한자와 어구

縱然: 비록 그러한다 해도, 巖石: 바위와 돌. 落: 떨어지다. 珠璣: 구슬바위. 纓縷: 끈. 固: 굳게. 應: 응하여. 無斷時: 끊어질 때가 없다. 끊어지지 않는다. // 與郎: 그대와 더불어. 千載: 천년. 相別離: 서로 이별하다. 一點: 한 점이라도. 丹心: 단심. 何改移: 어찌 변하여 옮길 수 있으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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