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쁩니다’의 대상이 된 전남
논설실장
2020. 08. 13(목) 18:21 가+가-
<이과여서 기쁩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때 유행했고 지금도 회자되는 말이 있다. ‘문송입니다.’ 즉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축약해 만든 표현이다. 문과생의 취업문이 좁으니 자조적인 분위기에서 나온 조어다. 이에 빗대 필자가 신조어를 만들어봤다. ‘이쁩니다.’ 이과여서 기쁩니다란 뜻이다. 취직에는 아무래도 이과생이 잘 나가니 붙여본 것이다.

요즘 문과생들은 보통 복수전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공이 경제·경영이 아닌 문과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특히 어문계열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이외에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으로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원하는 학생들이 넘쳐나 경쟁률이 꽤 높다. 취업 경쟁하기에 앞서 또 하나의 문을 뚫고 진입해야 한다. 경제·경영 전공자가 취업에서 타 학과생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문송입니다’란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는 시기에 문과생보다는 이과생이 여러모로 기업의 부름을 받을 확률이 높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광주 인공지능(AI) 산업과 전남지역 한전공대 개교, 그리고 의과대 설립 등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I 산업은 전 지구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과생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물론 문과생의 ‘문(문학)·사(사학)·철(철학)’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있어야 할 학문이지만, 학문적으로 그렇지 취직으론 매력이 없다. 첨단과학 등과 관계가 깊은 이과생이 잘 나가게 돼 있다. 2년 후면 나주에 개교되는 한전공대와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는 의대 신설은 이과생들에게 주목거리다.

아마 전국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전남에 모이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는가. 지금까지 못 살고 못 먹는 시기에는 너나할 것 없이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특히 전남 산골짜기 인재들은 그래야 했다. 그렇게 해서 사법시험 등 고등고시에 패스해 금의환향하는 것이 인생 최대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고시는 문과생에게 유리했다. 지금은 사법고시 등은 폐지되고 남은 것은 행정고시(5급 공무원) 정도다. 이 바늘구멍 같은 문을 뚫기 위해 문과 인재들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어 이과생이 선호되는 사회가 됐고 이과생의 학구열을 불태울 한전공대와 의대가 전남에 떡하니 세워지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분야 세계 최고 인재를 육성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컨트리클럽 부지(120만㎡)에 약 1조6천억원이 투입된다. 학생은 1천여명에 교수는 약 1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 이과생의 로망인 의대가 전남 목포와 순천 두 곳에 들어서거나 최소한 한 곳에 설립된다. 의대 정원이 80명 이상 배정되면 서부 목포대와 동부 순천대에 동시에 신설될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전남에 의대가 2개가 만들어지는 쾌거다. 의대는 지역 내 의료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의미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해당 대학은 물론이고 도시가 발전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전국의 인재들이 전남으로 왕래하고 거주한다는 것은 큰 자부심이다. 전남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실제 도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마다 의대 신설을 욕심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전남은 정말 수년 뒤 교육과 의료 선도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이미 전남은 관광지역으로 우뚝 섰다. 지난 세월 저개발로 한이 많이 쌓인 전남지역 곳곳이 이제는 도시민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전남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다시 전남을 찾을 국민이 많아질 것이다. 호남행 KTX와 SRT 열차 좌석이 꽉꽉 차는 날이 올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말과 휴일 열차를 타려면 최소 1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예약 시기가 점점 빨라질 것이고 기존 관광객에 한전공대와 의대를 찾는 이과생과 학부모들이 열차편에 몸을 싣게 될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전남으로 오는 이과생들은 ‘이쁩니다’(이과여서 기쁩니다)란 인사말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해본다. ‘이쁨’을 받는 전남이 되는 것이다. 전남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고 있고 더욱 그럴 것이다. 전남 지역민이 어깨를 활짝 펴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전남 지자체들과 지역민이 똘똘 뭉쳐 그런 날을 앞당기길 바란다.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을 잘 준비해야 한다. 그 여정이 충만함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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