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의 청담직필]광주관광 ‘온리원(only one)전략’에 관해
본사 부사장·경영학 박사
2020. 08. 03(월) 19:44 가+가-
지난달 30일 광주관광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이끌 광주관광재단이 공식출범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관광시대를 맞아 광주시 중점사업인 인공지능과 연계해 스마트관광지 조성, 언택트관광콘텐츠 개발 등 관광분야에 있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용섭 광주시장은 출범식에서 “광주만의 독특함을 담은 온리원(only one)전략을 통해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제관광도시 광주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따라서 광주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주만의 색깔(독특함)’을 찾는 노력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통상 관광산업을 장소마케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볼 때 ‘광주만의 매력이 깃든 장소’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연구와 용역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여전히 임팩트(impact) 있는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용섭 시장이 초대 관광재단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 ‘돈키호테 같은 발상을 지닌 인물’에 주목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신·전방 ‘광주만의 색깔’ 간직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광주만의 색깔’을 생각해보자. 필자는 수년전부터 줄곧 광주 근대산업의 발상지인 일신·전방 부지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대표할 잠재적 매력 포인트로 제시해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광주관광재단 출범에 맞춰 일신·전방 부지 매각작업이 구체화되면서 ‘장소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보도에 따르면 전방과 일신 방직은 광주 북구 임동 현 공장 터 30만여㎡ 부지와 건물을 6천8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부동산 개발 업체와 체결했다. 전방과 일신 방직 사 측과 개발 계획을 논의하던 광주시는 공시를 통해서야 계약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경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신·전방은 일제강점기 미쓰이그룹의 가네보방직으로부터 출발해 광주시민들과 오랜 시간 숙명을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오직 이윤만 노리는 부동산개발은 적절치 않다는 게 지역민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일신·전남방직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공장가동을 시작해 광주산업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광주시 북구 임동 100번지 공장 안에는 1934년 공장설립 당시 지어진 화력발전소, 집진시설, 고가수조(물탱크)와 저수지, 목조공장건물 등 80년 이상된 건물과 구조물들이 산재해 근대산업유산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보일러실과 터빈실 2개동으로 이뤄진 화력발전소는 붉은 벽돌로 지어져 80여년의 세월을 겪으며 고색창연한 빛을 내뿜고 있다. 또한 내부는 유리창과 리벳으로 조립된 철구조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특히 도르레를 이용해 창문을 개폐하도록 고안돼 눈길을 끈다. 발전소 바로 앞에 위치한 고가수조와 저수지도 산업유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발전소에 물을 공급하는 한편 생산라인에 습도를 유지하고 화재시 진화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동교 인근 극락강물을 끌어왔다. 지금도 배수관과 저수지 3기 중 1기가 남아있어 당시를 짐작케 한다.

아울러 정문 앞마당에는 해방직후 직원자치체제로 운영 당시 1946년 직원들이 세운 해방1주년 기념 국기게양대가 남아있어 당시의 벅찬 감격을 말해주고 있다.

일신·전방은 비단 산업유산으로서 하드웨어적 가치뿐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물렀던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희생에 주목해야 한다. 연구문헌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이곳에선 10대 여공들이 장시간 노동과 가혹한 학대에 시달린 증언기록이 생생하다. 또한 해방 후에는 가난한 여공들이 기숙사와 광주천 건너 양3동 발산마을에 집단거주하며 산업화의 역군으로서 청춘을 바친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숲’ 대신 큰 그림 그려야

따라서 광주의 숨결을 다층적으로 품고 있는 일신·전방 터를 단순한 공장부지로 생각해서 아파트숲으로 변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커다란 패착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수명이 다한 발전소와 제철소, 조선소, 가스저장창고 등 산업유산을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켜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성공사례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광주만의 독특함을 담은 온리원(only one)전략’이 꽃피울 수 있는 명당이 바로 일신·전방이란 생각이다. 광주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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