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에 깃든 ‘관광전남’의 미래
이경수
본사 상무이사·경영학 박사
2019. 09. 30(월) 17:27 가+가-
여름의 기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던 지난 8월말, 무안 종합스포츠파크에서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대형 이벤트가 열렸다. 가을 들어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잡다한 축제와는 다른 기획 행사였다. 주최는 행정기관이 담당했지만 그 주인공은 시골마을 주민들이었다. 바로 ‘2019 전라남도 마을이야기 박람회’였다.

‘세상을 품다, 마을을 잇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마을이야기박람회는 먼저 참여한 전남 도내 22개 시군의 22개 대표마을부터 눈길을 끌었다.

‘인물따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을’로는 최초의 이순신 장군 사당인 충민사가 들어선 여수 석천마을과, 강진으로 유배온 다산 정약용과 주막 노파와의 만남 스토리를 간직한 강진 동문마을, 삼별초의 대몽항쟁 정신이 살아 숨쉬는 진도 연동마을 등이 소개됐다.

‘옛이야기를 품은 걷기 좋은 마을’로는 명가의 맥을 이어 호남의 3대 명촌으로 꼽히는 나주 도래마을과, 주민들이 직접 마을박물관을 꾸미고 카페를 운영하는 등 공동체를 실현한 순천 서동마을, 보물로 지정된 매향비를 통해 마을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낸 영암 엄길마을, ‘육지 한 번 가고 싶다’는 섬 노인의 소원을 들어준 반월박지도가 참여했다.

‘풍류 가득한 마을’로는 보성소리의 맥을 이으며 판소리 성지로 불리는 보성 도강마을, 사라져가는 길쌈놀이를 보존하면서 관광자원화 가능성까지 제시한 화순 내평마을, 무형문화재인 죽동농악이 간직한 옛이야기를 전해준 곡성 죽동마을이 대표마을로 나왔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생태마을’로는 구례 산수유마을, 고흥 쑥섬마을, 장흥 선학동마을, 무안 상동마을 등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색체험이 가능한 마을’로 광양 하조마을,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함평 상모마을, 완도 청학동마을, 영광 용암마을이 주제마을을 장식했다.

주제마을 곳곳에는 깊은 사연을 간직한 얘깃거리도 많았다. 애틋한 전설이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마을이 더욱 정겹게 다가왔다. 남도의 골목골목에 자리잡은 마을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넘쳐 났다. 어떤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어떤 설화는 처음 들어봤다. 그 만큼 흥미로웠다. 이처럼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마을이야기자랑대회는 박람회의 또 다른 꽃이었다. 길쌈놀이로 유명한 화순 내평마을에서는 84세의 할머니가 시집온 후 평생 무명을 잣고 베를 짜면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딘 인생역정을 풀어 놓아 감동을 선물했다. 보성소리의 원조마을인 보성 도강마을의 83세 어르신은 마을자랑과 함께 판소리 한 대목을 구성지게 뽑아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양한 경관보존 사업으로 이미 아름다운 마을로 명성이 자자한 장흥 선학동마을에서는 마을을 가꾼 이장과 귀촌해서 정착한 주민이 함께 마을자랑에 열심이었다.

장성 황룡마을에서는 대규모 난타팀이 멋진 공연을 선보였으며, 남도대표 농악으로 유명한 곡성 죽동마을에서는 신명난 농악으로 행사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 모두가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한 축제의 장이었다.

농촌의 미래에서 장밋빛 기대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물론이고 노인들만 남은 현실을 강조하며 누구나 잿빛 전망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농도인 전남도 현실을 비켜가지 못했다. 인구 200만 시대가 깨진지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희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끈끈한 정으로 묶인 마을은 공동체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쇠락해가는 마을들이 ‘숨은 이야기’에 의지해 다시 일어서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전남도 마을이야기 박람회는 공동체의 전형이자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며 역사의 시작점으로서 마을의 역사와 설화, 생태, 공동체 정신, 다양한 문화자산 등 오랜 세월 묵혀둔 마을의 숨결을 부활시킨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가치있는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독특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남도는 당장 이야기가 있는 마을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 상품화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첫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재조명하는 한편, 공동체라는 따뜻한 가치가 더 확산되면서 미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을이야기’에서 ‘관광 전남’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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