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을 사설로 다룬 지방지들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19. 03. 05(화) 18:14 가+가-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망언 사태가 일어난 지 1달 정도 지났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광주매일신문을 비롯, 호남권 주요 일간지들은 예외 없이 이들에 대한 의원직 사퇴는 물론 공당인 한국당 스스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득, 호남권이 아닌 신문사들은 이번 5·18 망언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해 5·18망언 사태가 벌어진 지난 2월 8일부터 대통령이 5·18 관련 광주 원로들을 초청해 위로했던 20일까지 청와대 출입 지역일간지 37개사(풀 기준) 중 호남권 1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27개사의 사설을 전수 조사해 봤다.

그 결과 5·18 망언 문제를 한번이라도 사설로 다룬 신문사는 경기·인천 5개 중 2개, 부산·울산·경남 6개 중 2개, 대구·경북 5개 중 2개, 대전·충남·충북 6개 중 0개, 강원 2개 중 1개, 제주 3개 중 0개 등 모두 7개사(25.9%)로 나타났다.

우선 경인일보는 ‘5·18망언 국회 윤리위 상정 서둘러야’란 19일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정부의 공식조사, 법원의 판결과 기밀 해제된 미국 국무부의 기밀문서에서 검증된 진실을 왜곡하고 역사성을 부정하는 행위는 이미 민의 대변자로서 직위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수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부일보는 12일자 ‘5·18 폄훼 공청회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란 사설에서 “1980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그 현장에 있었고, 무자비한 학살을 목격하고 당했는데도 이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일부 국회의원들의 역사인식과 통찰이 일반 국민들보다 못하다는 것은 한숨이 나올 일이다”고 비판했다.

부산일보는 10일과 14일 2회에 걸쳐 5·18 모욕 의원들에 대한 분명한 징계를 촉구했다. 호남권 외 지역일간지로 5·18폄훼 문제를 사설에서 2회 이상 다룬 신문사는 부산일보가 유일했다.

10일자 ‘민주주의 뿌리 걷어찬 5·18 모욕의원들 징계해야’란 사설에서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걷어찬 5·18모욕의원들에게는 국회법 절차에 따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자 ‘5·18망원 의원 꼼수 징계로 불씨 더 키우는 한국당’이란 사설에서는 “민주주의는 관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까지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국제신문은 19일자 ‘5·18망언 의원 징계안 상정도 못 한 국회 윤리특위’란 사설에서 “(국회 윤리특위가) 5·18모독 파문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징계 상정 여부를 두고 논의했으나 여야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제 식구 감싸기’ 악습이 발동한 탓이다”고 혀를 찼다.

5·18망언 문제를 다룬 대구·경북 신문사는 2개였다. 그런데 광주와 ‘달빛동맹’을 맺고 있는 대구의 매일신문은 망언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 한 사설을 게재했다.

매일신문은 ‘5·18망언’에 대한 비판적 사설은 한 번도 게재하지 않은 채 18일자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란 사설에서 “‘무자격자가 부정한 수단으로 유공자 자격을 얻어 특혜를 받고 있다’,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아 무더기 합격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돼 왔다”며 “이런 소문이 괴담임을 입증하려면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고 썼다.

포항에 본사를 둔 경북매일은 ‘한국당 자충수 설상가상... 파국 막을 대책 있나’란 13일자 사설에서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망언을 내뱉어 거센 정치공세에 몰리고 있다”며 “전대는 흥행실패 우려가 깊어진 한편 극우 논객 지만원씨 초청 강연 소동으로 참담한 동네북 신세”라고 한탄했다.

강원도민일보는 ‘추방본부 발족 초래한 5·18폄훼 발언’이란 제목의 20일자 사설에서 “춘천에서는 김진태 의원 추방본부까지 결성됐다. 검사 출신으로 법에 정통한 그가 금도를 넘어서면서까지 논란을 자초한 이유는 명백하다. 정치적 인지도 확대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의 제민일보는 사설은 아니지만 김용현 정치부장의 ‘날줄씨줄’이란 칼럼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동조하는 세력들의 공통점은 바로 제주4·3을 폄훼하고 색깔론으로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라며 “제주사회도 5·18민주화세력을 폄훼하는 세력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27개 사 중 불과 7개사 정도만 사설로 다루었느냐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 반대다. 필자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한 1988년부터 상당기간 동안 5·18은 광주만의 5·18이었다. 매년 5월18일이 되면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언론들이 발포명령자 등 5·18 진상규명을 목청껏 외쳐댔지만, 중앙언론은 물론 타 지역 언론에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략 25.9%의 지방지가 사설을 통해 관심을 가져준 것이다. 물론, 25.9%가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절망할 수준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진실을 밝혀나가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타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지면을 빌어 5·18망언을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을 써준 타 지역 언론인들께 고개 숙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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