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민주화기구’를 광주에 세워보자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18. 05. 15(화) 18:52 가+가-
지난 2015년 한 원로 언론인(성대석)께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UN(국제연합, United Nations) 본부를 한반도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적이 있다.

그는 “남북한에 UN본부를 분산 설치할 경우 남북이 무력에 의한 적대행위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중국 등도 UN기구가 있는 한반도에 무력을 사용할 수 없고 특히 북한은 체제와 안정이 보장돼 핵무기 보유 명분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천여 명의 직원이 있는 유니세프와 같은 UN기구가 한반도 UN본부에 들어간다고 봤을 때, 억대 연봉의 UN공무원 일자리 2만여 개가 창출된다. 이 중 절반을 현지에서 채용해야 한다는 UN규정에 따라 한국 젊은이 1만여 명이 UN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었다.



‘UN본부 한반도 유치’ 담론



사람들은 나름 신선한 주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뉴욕에 있는 UN본부를 한반도로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하는 실현 가능성 때문에 대체로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3년 전의 ‘UN 한반도 유치’ 담론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오는 6월 등장할 새로운 광주시장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주장은 3년 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규모나 상징성이 큰 UN본부가 아니고 UN 산하 기구를, 그것도 기존의 것을 옮겨오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에 없던 것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1945년 10월 24일 설립된 UN은 전쟁방지, 평화유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국제협력을 증진시키고자하는 취지로 설립됐다. 2016년 현재 회원국은 193개국.

UN본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뉴욕에 있다. UN은 또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 나이로비 등 3곳에 본부사무소를 두고 있다. 아쉽지만, 세계인구의 60%, 지구면적의 1/3을 차지하는 아시아에는 UN본부 사무소가 단 한 곳도 없다.

UN본부 뿐 아니라 UN 산하 각종 기구들의 소재지에서도 아시아의 소외는 이어진다. UN 산하에는 유니세프(UNICEF, 국제연합 아동기금),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국제노동기구(ILO) 등 36개의 국제기구들이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36개 UN 산하기구들의 본부 소재지는 ▲스위스 10곳 ▲미국 9곳 ▲오스트리아 5곳 ▲이탈리아 3곳 등등 미국과 유럽지역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권은 ▲일본 1곳(국제연합 대학) ▲팔레스타인 1곳(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UN기구 소재지 아시아 소외



현재 한국에는 본부급은 아니지만 25개의 UN 산하 국제기구들의 한국사무소가 들어와 있다. 이중 14개는 서울, 8개는 인천 송도, 그리고 경기 부산 제주에 각각 1개씩 위치해 있다. 모두 최소 인력만 있는 ‘출장소’ 수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의 주장은 가칭 ‘UN 민주화기구’를 설립해 광주에 그 본부를 두자는 것이다.

우리의 민주화 경험에 미뤄볼 때 시민들의 행복은 민주화 수준과 비례한다. 권위주의 또는 군사독재 치하의 시민은 비록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된다손 치더라도 궁극적으로 불행하다. 더욱이 전 세계적 수준의 민주화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도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어떤 나라 대통령은 매번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로 당선돼 24년째 집권 중이다. 이 나라 교도소에는 정치범이 1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대부분 엉터리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는다. 언론자유도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다.

UN의 존재 이유를 감안할 때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탄압받는 시민들을 보호하고, 국제적 수준의 민주주의를 신장시킬 의무가 UN에 있다고 한다면 실언일까?

UN 산하기구로 가칭 ‘UN 민주화기구’가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그 본부가 있어야 할 위치는 어디가 돼야 할까? 그렇다. 당신의 머리에 떠오른 그곳. 평범한 시민들이 군사독재 정권의 총과 칼에 맞섰던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성지, 바로 광주이다.



‘UN 민주화기구’를 광주에!!



한번 가정해보자. 만일 광주 금남로나 상무지구에 FAO나 ILO에 버금가는 UN기구 본부가 들어선다면 광주는 어떻게 변화할까? 당장, 전 세계 수백개국에서 관련자들이 무안공항을 통해 광주를 들락거리게 될 것이다. 지역대학 졸업자들은 영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글로벌 수준의 직장에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상상인가.

이틀 후면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는다. 광주가 선험(先驗)했던 민주화의 에너지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재세력의 발호를 저지하고,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바라는 평화와 번영을 증대시키기 위한 시너지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UN 민주화기구’를 광주에!!!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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