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FA 협상 테이블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3명의 투수가 있다.
팀의 상징 양현종, 불펜 핵심 조상우, 그리고 좌완 자원 이준영이다.
명분과 실리, 균형의 문제가 맞물렸다.
모두 팀 마운드의 전력과 직결되는 핵심 선수들이다.
KIA는 이들의 거취를 잘 풀어야 내년 시즌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양현종은 프랜차이즈의 상징이자, 역사 그 자체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7승 9패, 평균자책점(ERA) 5.06을 기록했다.
171피안타, 109탈삼진, WHIP 1.49, 피안타율 0.285.
표면적 수치는 다소 떨어졌지만, 시즌 내내 묵직한 존재감을 유지했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11차례 퀄리티스타트(QS)를 올렸다.
여전히 선발진의 중심을 지키며, 후배들에게 꾸준함의 본보기였다.
KBO 역사에서도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통산 탈삼진 1위, 최다 이닝 2위, 최다승 2위가 이를 증명한다.
KIA로선 단순한 재계약이 아닌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다.
팀의 명예와 팬심, 자부심까지 모두 ‘양현종’에 스며 있다.
구단 안팎의 시선은 조급하지 않다. 방향은 당연히 잔류 쪽이다.

‘셋업맨’ 조상우는 팀 불펜의 중추다. 트레이드 1년 만에 FA를 신청했다.
72경기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ERA 3.90.
올 시즌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경기를 책임졌고, 홀드 수는 1위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등판하며,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았다.
그러나 구속과 구위가 다소 떨어지며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기대만큼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지만, 후반기 막판 살아나기도 했다.
불안과 긍정이 공존한 시즌이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놓치기엔 아까운 카드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불펜 중 하나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구단의 경쟁도 예상된다.
KIA로선 잔류를 원칙으로 하되, 합리적 조건선에서 접점을 찾는 게 과제다.
무엇보다, 조상우의 선택이 곧 KIA 불펜 재편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이준영은 불펜 좌완으로 조용히 팀을 떠받쳤다.
57경기 3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4.76.
WHIP 1.38, 피안타율 0.273.
단 한 번의 블론세이브만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자기 몫을 해냈다.
좌완 불펜이 귀한 리그 현실에서 그는 마운드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다.
이준영이 빠지면 그나마 몇 안 되는 좌완 자원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그의 잔류 여부는 마운드 밸런스 유지의 관건이다.

정리하면 양현종은 팀의 ‘상징’, 조상우는 ‘핵심’, 이준영은 ‘보완’이다.
세 선수의 잔류 여부는 KIA 마운드의 방향을 가를 변수다.
이들 중 누구라도 놓치면 마운드 퍼즐이 어긋난다.
물론 모두 잡아도 내년 시즌이 담보되진 않다.
다만, 공백만큼은 최소화하려는 게 구단의 전략이다.
게다가 이들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KIA의 이번 FA 내부 방침은 ‘모두 잔류’다.
겉으론 고요하지만, 계산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시장의 흐름과 세 투수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그들의 선택이 곧 KIA의 내일을 결정할 수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