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광주 인공지능 2단계 6천억원 예타 면제 확정을 환영하고, 강기정 광주시장, 지역국회의원과 산업경제계 등 각계에서 수고 많으셨다. 작년 이래 AI 2단계 예타면제로 참 어려움이 많았는데 끊임없는 광주의 요구에 정부가 응답해 줘 감사하다. 그럼에도 다른 도시에서 이번에 AI 혁신거점과 예타면제를 쉽게 받아낸 것을 보며 좀 헛헛하기도 하다.

정부는 최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총괄위원회를 통해 7개 대형 연구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그 가운데 광주가 포함된 ‘지역 AI 혁신 거점 조성사업’은 광주·대구·전북·경남에 각각 4대 권역 거점을 마련하는 형태로 확정됐다. 광주는 ‘AX 실증 밸리’를 조성하고, 대구는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을, 전북은 ‘피지컬 AI 기반 SW 플랫폼’을, 경남은 ‘인간-AI 협업형 LAM 개발’을 각각 추진한다.

광주가 국가 인공지능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다시 인정받았고 대규모 예산 확보를 통해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기업 지원, 산업 융합 실증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AI 중심도시’로서의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광주AI 사업이 지연 없이 확정됨으로써 광주는 2026년부터 2단계 사업 착수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성과다. 또한 자동차, 에너지 등 지역 주력산업과 결합해 AI 모빌리티, AI 에너지 등 특화 실증도 가능해진다.

반면 심각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생겼다. 광주의 독자적 위상이 깨졌다. 과거 ‘AI=광주’라는 상징성이 강했지만, 이제는 4대 거점 가운데 하나로 재편되었다. 오래 전부터 우려해 왔던 점이다.

또 중복을 피한다는 이유로 광주 AI 의료핼쓰캐어가 광주AI사업에서 빠졌다. AI+핼쓰캐어 사업으로 1단계에서 450여개 병의원 광주 각구 7개소의 라이프로그센터와 연계한 AI 헬스캐어 플랫폼 구축에 성공했다. 2단계서 이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화해 병원, 기업, 연구소가 활용해 단순한 실증을 넘어 향후 신약 개발, 의료기기 연구,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사업화로까지 확장해야 하는데 반영이 안됐다. 큰 고기를 놓쳤다.

어떻게 할까. 향후 광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차별적 특화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광주는 모빌리티와 에너지 분야에서 AI를 접목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기아와 GGM의 생산기지, 전남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운영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의료·핼쓰캐어를 보완하여 광주가 ‘AI 모빌리티·에너지·의료핼쓰캐어 실증 메카’라는 정체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대구·전북·경남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둘째, 초광역 연계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대구는 공공서비스, 전북은 피지컬 AI, 경남은 제조·국방 분야를 담당한다면, 광주는 세 지역과 상호보완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4개 거점 중 하나로 남을 것이 아니라, 거점 간 협력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연결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셋째, 미래 대형사업과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국산 AI 반도체 개발 사업을 광주 데이터센터에서 실증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SMR 혁신제조와 연계해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AI 슈퍼컴퓨팅센터를 유치하는 것도 AI 국가거점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시민 체감 성과가 중요하다. 교통 안전, 에너지 효율, 복지 서비스 등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때 시민의 지지와 참여가 따라온다.

광주 인공지능 2단계 예타 면제는 성과와 기회, 그리고 도전과제가 함께 얽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차별성과 주도권이다. 모빌리티와 에너지, 의료핼쓰캐어라는 강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범부처 협업과 초광역 연계를 통해 국가 전략의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광주는 단순히 4대 거점 중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인공지능 혁신을 이끄는 실질적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