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에 얼음이 가득 차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지금은 절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른 폭염 탓에 주문이 쏟아지면서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10일 오전 8시께 담양군 봉산면 봉산냉동 제빙실에서는 얼음을 만들고 절단하는 작업자들의 손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9칸으로 구성된 대형 얼음틀이 기계에 의해 천천히 들어 올려졌고, 틀 주변으로는 뿌연 냉기가 피어오르면서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틀은 상온의 물에 여러 차례 담갔다 빼내는 과정을 거친 뒤 바닥에 내려졌다. 이내 큼직한 얼음덩이가 하나씩 떨어져 나오며 본격적인 ‘탈빙’ 작업이 시작됐다.

옆에서는 또 다른 작업자가 1개 당 약 150㎏에 달하는 얼음을 절단기 옆으로 하나씩 옮겼다. 허릿심을 이용해 얼음을 밀고, 절단기에 붙여 네 조각으로 잘라냈다.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작업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자들의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절단된 얼음은 곧장 2차 보관소인 제빙고로 옮겨졌다. 영하 18도로 유지되는 이곳에서는 흐트러진 얼음 조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쌓는 작업이 진행됐다.

제빙실에서 작업자들은 탈빙이 끝난 얼음틀을 호스로 깨끗이 세척·소독한 뒤 물을 채우고 공기 주입 장치로 내부에 산소를 넣은 뒤 다시 제빙기에 투입했다. 모든 얼음 제조 과정은 숨 돌릴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분주하게 이뤄졌다.

앞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제빙고 앞에서는 전날 생산된 얼음을 옮기는 작업이 시작됐다. 수산시장용, 칵테일용 등 용도에 따라 분류된 얼음이 냉동 차량에 실렸고 곧바로 광주·전남 각지를 향해 떠났다.

20년째 얼음 생산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강기원(60대)씨는 “얼음틀을 움직이는 장비가 매우 무겁고 잘못 다루면 얼음이 깨질 수도 있어 늘 집중하다 보니 쉬는 시간이 되면 온몸에 힘이 풀린다”며 “예전엔 제빙실 온도가 16-17도 정도였는데 요즘엔 바깥 날씨가 워낙 뜨거워 20도를 넘는 날이 많아 얼음을 만지면서도 더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7천여㎡ 규모의 공장은 올해로 가동 29년째를 맞았다. 얼음은 48시간에 걸쳐 생산되며 매년 5월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주문이 몰리지만 올해의 경우 유독 빨리 끝난 장마 여파에 생산량보다 주문량이 훨씬 많아졌다.

200여개의 얼음틀은 주말도 없이 연일 완전 가동돼 하루 약 50t의 얼음을 생산하고 있다. 직원들 역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재인 봉산냉동 대표는 “얼음을 냉장차에 싣자마자 바로 출고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 창고 4곳 중 2곳은 이미 비었고 나머지도 한 달 치 물량밖에 남지 않았다”며 “다음 달까지는 풀가동해도 얼음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에는 14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졌으며 기상청은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