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대규모 복합쇼핑몰 입점과 도시 개발 정책이 지역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지역 현안이 다뤄졌지만, 준비 부족과 소통 부재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시점에서 광주시는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무엇보다 소상공인의 고통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광주에는 더현대 광주점, 어등산 스타필드,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 등 3개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입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나 상생 정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광주지역 소상공인은 약 17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93%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전통시장, 골목상권, 동네 상점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인 주체다. 그러나 대형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들의 생존 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광주의 인구는 2020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광주광역시 인구는 약 139만 명으로 3년 전보다 약 3만 명이 줄었다. 청년층의 광주 이탈도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약 7천 명의 20-30대 청년이 일자리 등을 이유로 수도권 등 외지로 유출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복합쇼핑몰이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인구 유입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한편, 복합쇼핑몰 입점과 맞물려 추진 중인 호남고속도로 확장공사도 교통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운암동, 용봉동, 매곡동, 신안동, 임동 등 광주 서북구권역은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고 있으며, 더현대 입점 이후 서광주IC를 중심으로 교통체증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고속도로 확장은 단순한 도로 확충이 아닌, 복합쇼핑몰과 연계한 교통체계 개편 차원에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반면, 전북 익산시는 코스트코 입점을 통해 광주·전남 소비자 수백만 명의 유입을 기대하며 광역상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광주는 이에 대한 대응 전략 없이 대규모 유통기업의 입점만 허용하고 있어 지역 소비자마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크다.

광주의 복합쇼핑몰 입점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비 확대가 이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소비 독점으로 자영업자의 연쇄 폐업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입점 후 반경 1km 이내 전통시장 매출은 평균 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복합쇼핑몰 3곳의 동시 입점 추진을 재검토하거나, 입점 시기를 분산하고 업종 및 운영 방식의 차별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역 상권과의 연계 프로그램, 임대료 지원, 공동 마케팅 상생기금법 제정, 온누리상품권 사용 현실화 등 실효성 있는 다양한 상생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유통 정책이 아니라 지역 경제 생태계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지금 광주시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대규모 유통시설만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진정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에서 출발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