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노동 당국이 원·하청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1일 오전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속에서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회사에 면죄부를 준 노동청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책임을 덮기보다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8월13일 장성군 남면의 한 중학교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양모(20대)씨가 온열 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양씨는 약 한 시간 동안 실외에서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과 노동 당국은 지난달 13일 원·하청에게 회사 측이 물, 그늘, 휴식 등을 제공했으며 고인이 정신착란 상태에서 이탈했다는 사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단체는 “노동청은 사측이 보호자에게 세 차례 연락했다는 점을 들어 ‘사후 조치를 다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실제로 양씨는 한 시간 가까이 폭염에 노출된 채 방치돼 있었다. 그것이 과연 충분한 휴식 제공인가”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청이 고인의 열사병 증세를 정신착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망 책임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119에 즉시 이송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후 구호 조치 미이행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단체는 “정부는 사고 원인을 재조사해 철저히 규명하고 폭염에 노출되는 현장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