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발은 산뜻하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도 지난 16일 출범했다. 전 국민은 국정기획위 활동에 주목한다.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100대 국정과제를 짜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국정기획위 활동에 더 주목한다. 자신들의 숙원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더욱더 주목한다. 광주, 전남 북, 경남 북 등이 특히 그렇다. 국정기획위가 내놓을 균형발전 청사진 때문이다. 이들 지자체는 중앙정부 링거 공급이 없으면 지방소멸 고속철을 타야 하는 신세다. 그러니 국정기획위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거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 균형발전 공약은 ‘5극 3특’이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중부권(대전·충주·세종·충청), 호남권(광주·전남),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등 5개 초광역권별로 특별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전북·강원·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는 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해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거다.

이 대통령은 지역 맞춤형 공약도 제시했다. 최대 수혜자는 부울경과 충청권이다. 부울경 공약은 해수부와 HMM 이전, 가덕도 신공항 조속 추진, 부울경 GTX 개통, 울산의료원 설립, 울산 부유식 해상 풍력단지 조성, 경남 사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등이다. 충청권(대전·세종·충청)은 AI 우주산업 중심지 대전,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실 세종 이전, 수도권 공공기관 충남 혁신도시로 이전,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신설, 청주 교도소 이전 등이다.

광주와 전남을 대변하는 핵심 공약은 두 가지다. 광주는 국가AI 컴퓨팅 센터 구축이다. 전남은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을 전제로 한 서남권 공항 육성이다. 물론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 등 7대 공약, 전남의 AI 에너지 선도도시 등 다수 공약도 있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균형발전론자들이 공유하는 속설이 있다. 진보 정권은 형평성을, 보수 정권은 효율성을 각각 중시한다는 것이다. 진보 정권은 분산과 분배를 통한 균형발전을, 보수 정권은 집중과 거점을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한다는 견해다. 굳이 적용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적절한 모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애매모호했다.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균형발전과 지역 맞춤형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 단초를 엿볼 자료가 최근 나왔다. 국정기획위가 펴낸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 보고서다. 광주와 전남이 준비해야 할 미션이 담겨 있다. 그것은 ‘메가 샌드박스(mega-sandbox)’ 구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최태원 회장이 작년부터 주창한 모델이다. ‘부울경, 충청권, 남해안권(울산∼창원∼사천∼광양∼여수) 등 광역권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신산업에 한정해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시켜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규모 특례 허용을 광역경제권 전체로 확대해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메가 샌드박스 모델은 이재명 정부가 실현할 ‘5극 3특’ 체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 GTX로 광역화되는 시장 상황에서 협의 경제권은 경쟁력이 없다. 기존의 광주시, 전남, 경남, 전북 등의 행정권으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대안은 대도시를 거점으로 초광역권을 만들고, 메가 샌드박스 구축을 시도해 보자는 발상이다. ‘5극’ 중 그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다. 저성장, 저출생, 지방소멸, 글로벌 경제 등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의 통합적 발전정책이 될 수 있다.

광주와 전남도 메가 샌드박스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전제가 있다.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을 하는 것이다. ‘5극(초광역권)’에서 강조하는 것이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이기 때문이다. 전남도가 ‘특별자치도’를 만들려고 순회 설명회를 열 때가 아니다. 행정통합을 하자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에게 호소문을 돌릴 때라는 말이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득표율 기준 전국 1위 전남(85.83%)과 2위 광주(84.77%)가 그 증표다. 하지만 득표율이 보증수표가 아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전남 전북 공공 의대’ 설립으로 없었던 일이 돼 버렸지 않은가. 국정기획위 55명 위원 중 광주와 전남에 둥지를 틀고 활동한 사람이 있는가.

이재명 정부는 ‘실용정부’를 자처할 듯하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준비를 선도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사회 여론주도층에게 묻고 싶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광주 전남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