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 5월21일 심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강대학교 제305학생군사교육단은 매년 전·하반기 전적지 답사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의식과 애국심을 높이고 미래 직업 군인의 자질을 키우고 있다.

올 전반기 답사는 1360여 년 전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를 중심으로 광활한 영토를 자랑했던 고구려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다.

동강대 학군단 10기 후보생들의 첫 방문지는 졸본지역. 졸본지역은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나라를 세우고 첫 도읍지로 자리 잡은 곳으로 고구려 시초라 할 수 있다.

이 곳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오녀산성(五女山城)이 있다. 오녀산성은 다섯 명의 여전사가 이곳을 지켰고 적들에게 포위당해 성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 졸본성이라고도 불린 오녀산성은 주위보다 고도가 높고 넓은 면적의 평탄한 표면을 가진 탁자(mesa) 모양의 메사 지형에, 해발 800미터 높이에 이르는 절벽의 천연 지세를 그대로 이용해 쌓은 고구려 특유의 테뫼식(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두른 것) 축성 양식이다.

비록 그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험준한 지형과 주변 풍경을 통해 고구려가 왜 이곳에 도읍을 정했는지 이해가 됐다.

둘째날은 ‘민족의 산’ 백두산 서파 산문으로 향했다. 백두산은 한반도의 주요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시작점으로 한반도와 만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5월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이 찾은 날은 백두산에 60cm 넘는 눈이 쌓였다. 많은 눈 때문에 아쉽게 푸른 천지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푸른 천지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얼어있는 천지를 눈에 담았다. 천지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올라올 때의 힘듦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백두산은 ‘백 번 올라서 두 번 천지를 보기 어렵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305학군단 10기 후보생들은 하늘이 도운 것 같다.

사흘째 광개토대왕비와 광개토대왕릉, 장수왕릉을 보기 위해 단동으로 이동했다. 광개토대왕비는 사진으로 봤을 때 느낄 수 없던 웅장함을 가지고 있었다.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에는 대왕의 정복과 통치가 담겨 있었고 자부심이 마구 샘솟았다.

광개토대왕릉과 함께 장수왕릉에서도 고구려의 전성기와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장수왕릉의 규모와 석조기술은 고구려의 강대함처럼 당당했다. 화강암을 정밀하게 가공해 계단식 구조를 형성하는 고구려의 석조 건축 기술을 대표적으로 보여줬고 특히 7개의 계단과 완벽한 설계는 고구려의 석조 건축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전적지 답사 마지막 방문지는 압록강이었다. 압록강 단교에서는 분단의 아픔과 역사적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북한 신의주시와 중국 단동시를 잇는 이 다리는 한쪽은 철도, 다른 방향은 1차로의 도로다. 1950년 6월 한국 전쟁 때 당시 중공군이 참전하자 미군은 중국의 지원을 줄이기 위해 압록강 철교를 폭파했고, 이때 두 철교가 모두 끊어졌다.

결국 중공군은 1943년 개통한 복선철교를 200여 명을 동원해 수리한 뒤 물자를 계속 수송했지만 단선철교는 부서진 그대로 놔뒀다.

단절된 다리는 고구려의 수도 평양을 자유롭게 갈 수 없고 또 지금의 남북 상황을 피부로 와닿게 했다. 언젠가는 이 다리가 자유롭게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번 답사 기간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광개토대왕비과 광개토대왕릉이다. 광개토대왕의 군대는 강력한 군사력과 뛰어난 전략을 바탕으로 광활한 영토 확장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는 현재 우리 군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1360여년이 지나도 해외에 남아있는 우리의 흔적을 보며 민족에 대한 자긍심만큼이나 역사를 잘 기억하고 미래를 제대로 설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또 이번 전적지 답사는 분단된 대한민국 현실의 안타까움이 더 피부로 와 닿는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