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이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지성인인 하서(河西) 김인후, 눌재(訥齋) 박상, 석천(石川) 임억령의 주요 저작을 완역한 국역 총서를 출간했다.

이번에 선보인 책은 각각 ‘하서전집’, ‘눌재집’, ‘석천시집’으로, 고전 한문 원전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일반 대중에게도 세 인물의 사상과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이번 출간을 통해 호남 정신의 뿌리를 이룬 세 문인의 사유와 문학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총서 3종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밀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을 더함으로써 학술적 깊이를 확보했다. 전문 연구자는 물론, 호남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자 하는 일반 시민에게도 유용한 고전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하서전집’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이자 호남 유학의 중심 인물로 평가받는 하서 김인후 선생의 시문, 상소, 서간 등을 총망라한 전집이다. 그의 학문적 성취는 물론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선비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호남 정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손꼽힌다.

‘눌재집’은 강직한 성품으로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천한 눌재 박상 선생의 시와 산문을 집대성한 문집이다. 모순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과 인간적인 고뇌가 녹아 있는 그의 글은 공직자의 자세는 물론,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준다.

‘석천시집’은 식영정을 중심으로 호남 가사문학의 융성에 기여한 석천 임억령 선생의 시 세계를 담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서정성과 삶을 깊이 관조한 시편들은 조선 시문학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 문학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진흥원은 이번 국역 총서가 호남 고전에 대한 학술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후속 연구자 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현대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호남 인문학의 가치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영기 원장은 “하서, 눌재, 석천 세 분의 높은 정신과 아름다운 문학이 시대를 넘어 깊은 울림을 주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호남의 숨겨진 기록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현대화함으로써 한국학의 외연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