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에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신안군 압해파출소로 첫 발령을 받았다. 도시와 달리 바다와 들판이 어우러진 이곳은 한층 조용하고 정겨운 마을이었다. 처음엔 낯설었던 시골길도 순찰을 돌며 점차 익숙해졌고, 고추밭과 양파밭 사이를 지나는 길목에서 허리 숙여 일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오랜 시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농사를 지으신 어르신들의 노력과 그 결실이 귀한지 알게 되면서, 이 마을을 지키는 일이 뜻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 속에 아픔이 찾아왔다. 6월 초 양파 수확이 한창이던 어느 날, 밭 가장자리에 잠시 놓아둔 양파가 한밤중에 사라지고, 며칠 뒤에는 마늘 작업을 끝내고 창고에 저장해 둔 마늘까지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으신 한 어르신께서는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고, 팔아다가 손주 용돈이라도 주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허탈한 표정으로 밭을 바라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말씀을 접한 필자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저 물건을 잃은 게 아니라, 지난해 해 뜨기 전부터 해 질 때까지 흘린 땀과 노력, 그 모든 시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압해파출소는 수확철을 맞아 농산물 보관 장소와 외진 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야간에 수상한 차량이나 트럭의 적재물을 철저히 확인하는 등 한층 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마을 이장님들께는 마을 방송을 통해 절도 예방 수칙을 알리고, 주민들은 수확물을 가능한 빨리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을 당부드린다. 또한 저장 장소에 센서등이나 간이 CCTV 설치를 권장하고, 마을 주민들께서는 낯선 차량이나 사람을 발견했을 때 경계할 것을 부탁한다.

압해파출소도 수확철 순찰을 더욱 강화하고, 어르신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실천이다.

수확한 농산물은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마을에 낯선 사람이나 차량이 보일 땐 경계하고, 센서등이나 간이 CCTV 설치를 적극 권장드린다. 주민 여러분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큰 힘이 되고, 그것이 곧 이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압해파출소도 주민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

<정민우·신안경찰서 압해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