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은 우리의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광주매일신문이 주최한 제12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제5강좌가 지난 27일 오후 광주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연단에 오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 개념과 함께 삶의 전반적인 마인드셋과 건강관리법을 조명하며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강연은 정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난해 의정 갈등 속에서 31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근육량이 급격히 줄고 인지 기능과 기억력, 판단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경험을 통해 저속노화는 단순한 생물학적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적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저속노화’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뇌와 몸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나이 드는 삶이다. 반대로 매우 젊을지라도 생활습관이 잘못되면 ‘가속노화’가 시작되고 이는 암, 당뇨, 심혈관질환,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정 교수는 건강을 나무에 비유했다. “열매가 좋으려면 뿌리가 좋아야 하고, 뿌리가 건강하려면 토양이 좋아야 한다”며 “토양은 사회적 시선이나 처한 상황이며 뿌리는 삶의 원칙으로 이 모든 것이 건강이라는 열매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시간 자야 할 사람이 4시간만 자면 뇌는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며 해마가 위축된다”며 “이는 판단력과 집중력 저하, 감정 불안, 수면 질 악화를 유발해 악순환을 만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저속노화의 핵심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잘 먹기, 잘 자기, 잘 쉬기, 잘 움직이기, 마음 챙김, 술·담배 줄이기’ 등을 삶의 토대로 꼽았다.

절식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에너지가 과잉되면 세포 내 오류가 많아지고 암세포가 증가하며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며 “저속노화 식사는 대사노화의 두 가속페달, 즉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과잉을 동시에 억제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식단도 제시했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피하고 통곡물, 콩, 채소, 견과류, 생선, 올리브오일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라”며 “특히 아침 식사로 단백질 21g 이상을 섭취하고 50대 이상은 30g까지 먹어야 근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또 인지적으로 도전적이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활동들이 오히려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고 정신적 안정을 돕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자기 전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꾸준히 실천할 경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독서, 글쓰기, 일기 쓰기 같은 활동을 추천했다.

이 밖에 근력운동은 물론,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유산소 운동, 저항 운동, 유연성 운동, 균형 운동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삶은 결국 탈을 부른다”며 “지금부터라도 내 몸과 뇌를 이해하고 돌보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한편 정희원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며 건강한 노화를 주제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저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를 통해서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