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제9기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강동완)는 26일 오전 본사 TV 스튜디오에서 ‘2025년 제2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회의는 6·3 대선 대비 광주·전남 현안 과제와 전략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편집자 註

◇제9기 독자권익위원<가나다순>
▲강동완 前 조선대 총장(위원장)
▲김경태 광주대 대외협력처장
▲김영기 광주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문창현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 대표
▲윤경철 전남대병원 부원장
▲윤창옥 광산구시설관리공단 감사실장
▲장우식 조선대 토목공학과 교수
▲장정희 변호사
▲강동완 위원장=봄이 저무는 5월 말,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조기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격동하는 시기인 만큼, 광주·전남 지역이 어떤 전략과 과제를 통해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각계에 계신 위원 여러분께서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고견을 주시길 바란다.

▲문창현=이번 대선 공약은 채택 과정부터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과거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지자체, 시민사회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약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탄핵 정국 이후 촉박하게 진행되면서 실제 공약 검토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이로 인해 ‘거점’, ‘허브’ 같은 원론적 수준의 표어성 공약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空)약’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광주가 ‘AI 중심도시’를 내세웠지만, 실질적 사업인 데이터 뱅크 구축,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AX 실증밸리 같은 구체적인 과제가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공약은 실행 단계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처럼, 장기적 비전을 담은 청사진이 돼야 한다. 또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약이 유사해 유권자 입장에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 공약이 정당 공약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인수위와 정부 부처의 국정과제로 반영돼야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공약을 실현 가능한 국정과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

▲윤창옥=문화도시로서의 광주 위상에 대해 의문이 든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말하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도시임을 체감하긴 어렵다. 현재 문화시설은 중외공원 일대에 몰려 있지만, 대부분 차량 이동 없이는 접근하기 힘들고, 도심과의 연결성도 낮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는 도보 접근성을 기본 전제로 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주요 전시장이 도심에서 10-15분 이내 거리에 있다. 문화도시는 단순히 허브나 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거닐 수 있는 동네 공원, 벤치, 잔디밭 같은 소소한 공간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현실은 오히려 아파트 중심 도시처럼 변하고 있다. 공약 역시 물리적 공간 조성에 치우쳐 있어 아쉽다. 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민관 협력의 성공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협약 이행 갈등으로 정체되고 있다. 중재위원회조차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GGM이 국가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정과제로 채택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정희=이번 대선은 공약 중심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긴박하게 치러지는 선거다. 공약을 논의할 틈 없이 탄핵과 헌재 판결이 이어졌고, 헌정질서 복원이라는 당위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책 중심 대선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역에선 이미 의료·문화·산업 분야에서 여러 단체들이 공약 제안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성장은 수도권 중심 체계 속에서 한계를 보인다. 특히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경선 때에는 이슈가 됐지만, 본선 이후 소멸돼버렸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경제 전반에 걸쳐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외 지역 전문가들이 중앙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 현안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면 거버넌스 차원에서 행정 기능의 분산과 전문가 참여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 공약은 단지 구호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약속이어야 한다.

▲윤경철=광주·전남 지자체가 제시한 공약 목록을 보면 지난 대선과 거의 흡사하다. 이는 과거 공약들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약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광주의 AI 산업, 전남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 연구 인프라 사업은 결국 사람, 즉 인재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하지만 광주·전남은 수도권·충청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인력과 인재 풀이 부족하다. 인재 양성과 유입을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의 질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한전공대 같은 거점 기관도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더불어 광주·전남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공동 공약을 통해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김경태=현재 광주·전남은 경제 전반이 침체돼 있다. 특히 건설업과 자영업 부문의 위기가 뚜렷하다. 광주·전남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건물 공실이나 임대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시급히 선지출을 확대하고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금융이나 보증기금,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며, 경제가 최소한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AI나 신재생에너지처럼 미래 전략 산업도 중요하지만, 기반이 되는 핵심은 빅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혁신도시 공공기관, 대학, 산업계가 연계해 인재 양성과 데이터 기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장 현실적 과제와 중장기 전략을 구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추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김영기=이번 대선 공약에서 서민의 삶을 위한 정책이 눈에 띄게 부족하다. 경제 활성화나 지역 개발은 반복적으로 언급되지만 정작 저출생, 청년 은둔, 1인 가구 증가 등 실제 사회 위기를 반영한 정책 제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전체 청년 중 상당수가 은둔형 생활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들은 일자리나 사회참여 기반이 없어 사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는 고령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은 미흡하다. 일자리 창출, 돌봄 인력 배치, 사회안전망 강화 같은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단순한 명분이 아니라, 실제 실행 구조 속에 포함돼야 한다. 언론은 보여주기식 정책 행보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장우식=광주·전남은 RE100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성공 여부가 이 지역 협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안 해상풍력 단지는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지만, 계통망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대기업들이 전력 확보 문제로 공장 증설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광주·전남이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지역 인센티브를 확보할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 등 재생에너지 폐기물이 향후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지역에서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블레이드처럼 외부 반출이 어려운 고부가 폐자재는 건설 자재나 유리 제품으로 전환 가능성이 크며, 지역 건설업과 중소기업 참여 기반도 충분하다. RE100을 단순한 공급 차원이 아닌 산업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리=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