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비상벨, 소중한 번호인 112가 아직도 ‘거짓 외침’에 시달리고 있다.

112에 장난 전화나 허위 신고를 하는 사례가 빈번해 경찰력이 낭비되고, 정작 도움이 절실한 현장에 제때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간 112 허위신고 건수는 4천 건을 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2만건 이상이 접수됐다. 이 중 111건은 구속 처분을 받았지만, 대부분 경범죄로 처리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남 장흥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4건의 허위신고 처벌 이력이 있었을 만큼 허위신고는 여전하다. 이로 인해 경찰력 낭비와 긴급 상황 대응 지연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와 경찰청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응책과 법적 조치를 적극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7월3일부터 시행된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112신고처리법)’에 따르면, 112에 거짓 신고를 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은 1957년 112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법적 기반으로,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경찰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신설됐다. 기존에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위로는 허위신고를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보완해 새로운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경찰청은 허위신고가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혀왔고,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이를 지속 홍보하고 있다. 또한 범죄와 관련 없는 민원은 182번, 생활민원은 110번으로 문의하고, 112는 긴급범죄 신고에만 이용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올해 112 허위신고 건수가 감소한 지역도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협조다. 허위신고 근절 역시 마약, 보이스피싱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112신고전화는 위급한 순간에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우리 모두가 꼭 필요한 순간에만 112를 이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협조한다면, 경찰관들이 불필요한 출동 없이 신속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현재·장흥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