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밑의 무게 달기 / 시

[문학마당]밑의 무게 달기 / 시 - 김일곤

재생 준비중

2025. 03. 31(월) 19:30 가+가-

푸른 서슬 따라 내려가
둥근 세상 밑을 만져보면
천하를 휘어잡을 듯 땅바닥을 불끈 끌어안은 양파
간절함이 매운 경계를 선다.

세상살이 밑은 가볍고
거들먹거리는 이도 많은데 넌
땅바닥을 기면서도 밑을 잘 가꾸었다.

감자 밑 풍경을 달아보고
마늘 밑이 익은 데까지 걸린 거리를 재어보고
뒤꿈치 높은 땅콩 철학 한 대목 밑도 생각해 보고
자작나무 한 땀 한 땀 가꾸어서
천왕봉 뻐꾹새 잘 깎아 파는
목각 새 공방, 공 서방 밑도 만난다.

위를 탐하고 좋아했으나
텃밭을 만나고 자연에 눈 풍경 돌리면서
밑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상 반찬 든든한 밑을 지켜주는
질긴 근성을 좋아한다.
그 둥글고 푸른 서슬을 못내 흠모한다.

<김일곤 약력>
▲시산맥 등단
▲여수해양문학상, 덕암문학상 대상 수상
▲시산맥시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 ‘겨울나무의 뒷모습’, ‘달의 뜨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