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건너 하동 땅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남해로 향한다. 남해 바래길을 걸으면서 수없이 지났던 길이다. 오늘은 16개 구간으로 이뤄진 남해 바래길 마지막 코스를 걸을 참이다. 바다를 건너 남해 땅에 도착하니 날씨가 화창하다. 설천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바래길 16코스를 걷기 시작한다. 설천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푸른 바다와 하동과 사천 쪽 내륙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2차선도로를 따라 4백m 쯤 걷다가 설천면보건지소 앞에서 비탈길로 들어선다. 비탈길은 금음마을 뒤편으로 이어진다. 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금음마을과 문항마을이 금음산에 감싸여 포근해 보인다. 마을 주변 논과 밭에서는 새싹이 올라오면서 봄소식을 전해준다. 작은 마을과 농경지는 강진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 너머로 사천 땅과 창선도가 듬직하게 자리했다. 삼천포 뒤에 우뚝 솟아있는 와룡산도 선명하게 바라보인다.

금음저수지를 지나자마자 금음산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는 금음산 동쪽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서간다. 임도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편백나무가 유난히 많다.

임도를 걷다보면 종종 전망이 트이면서 강진만과 창선도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문항마을 앞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 상장도와 하장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숲으로 둘러싸인 임도를 따라가는 길은 한없이 고요하다.

해변의 넓지 않은 갯벌은 모래가 섞인 모래갯벌이다. 어떤 곳에는 모래와 갯벌이 띠를 이루고 있다. 잔잔한 바다와 산봉우리를 이룬 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금음산 허리를 돌아가는 임도는 굽이돌 때마다 아래쪽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린다. 문항마을, 고사마을, 진목마을로 내려가는 임도 갈림길을 지나면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맨몸을 드러낸 활엽수림 사이로 대국산성이 바라보인다. 대국산성이 멀지 않았다.

금음산 허리를 돌고 돌아 대국산성 가는 길과 동비마을 정태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Y자형 갈림길을 만난다. 바래길은 이곳 갈림길에서 600m 떨어진 대국산성을 다녀오도록 되어있다. 다소 가파른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대국산 정상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대국산성 석축이 바라보인다.

대국산성은 출토된 유물이나 축성기법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국산 정상부위에 돌로 쌓은 성으로, 성의 둘레 1.5㎞, 성벽 높이 5-6m, 성벽 윗부분 폭 2.4m이다. 대국산성은 바깥에 돌로 성벽을 쌓고 안쪽은 잡석과 흙으로 메웠는데, 북쪽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원형이 잘 유지돼 있다.

대국산성은 출토된 유물이나 축성기법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위를 걷고 있으니 서쪽에서는 광양만과 광양시내가 가깝게 바라보이고, 북쪽에서는 하동의 산들이 붕긋붕긋 솟아있다.

성벽을 남쪽으로 돌아서면 창선도와 남해도가 강진만과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운산을 비롯해 송등산 호구산 같은 산들이 남해도의 등뼈를 이루고 있다. 산줄기를 등지고 강진만을 앞마당 삼은 남해의 여러 마을들이 들판과 함께 평화롭게 펼쳐진다. 남해읍내의 건물들도 멀지않게 바라보인다.

대국산성 성벽을 남쪽으로 돌아서면 창선도와 남해도가 강진만과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에서는 창선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창선도 뒤로 통영과 사천의 산들이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동쪽능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진목마을과 강진만 풍광이 정겨워 보고 또 본다. 푸르고 붉은 지붕을 한 가옥들이 해안가에 옹기종기 마을을 형성했다. 해안마을 주변에는 푸릇푸릇한 농경지가 풍요롭고, 강진만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산뜻하다.

대국산성은 중앙에 건물터와 연못터가 남아있다. 대국산성 건물터에는 연못을 내려다보는 평탄면에 정면 5칸, 측면 1칸을 이룬 주춧돌이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터에서 수많은 고려도자기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에 축조된 건물로 추측된다. 건물터 바로 아래쪽에 원형의 연못터가 있다. 연못 안쪽은 계단식으로 돼 있다. 대국산성 연못은 발굴조사 결과 7세기 초반에 대국산성을 축조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국산성 안에는 건물터와 연못터가 남아있다. 건물터 바로 아래쪽에 원형의 연못터가 있다.

Y자형 갈림길로 되돌아와 동비마을 방향으로 대국산 임도를 따라서간다. 임도는 대국산 동쪽비탈을 거쳐 남쪽비탈로 고도를 낮춘다. 울창한 숲이 만든 그윽한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바다를 가린 숲은 종종 바깥쪽 풍경을 보여주곤 한다.

숲길을 벗어나자 시야가 트이면서 동비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남해도와 창선도가 감싸고 있는 강진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을 주변 농경지에는 남해 특산물인 마늘과 시금치가 자라고 있다. 동비마을 골목길을 따라 해변으로 나아간다.

해변 쪽에서 바라보니 대국산성이 있는 대국산이 동비마을을 감싸고 있다.

해변은 썰물 때라서 갯벌이 드러나 있다. 남해도에는 갯벌이 많지 않다. 바래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다.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에 형성된 강진만은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해안도로에서는 창선도 뿐만 아니라 사천의 와룡산까지도 다가온다.

해변은 썰물 때라서 갯벌이 드러나 있다. 남해도에는 갯벌이 많지 않다. 바래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에 형성된 강진만은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해안도로를 걷다가 뒤돌아보면 조금 전 올랐던 대국산성이 바라보인다. 도로 안쪽으로는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이 조망된다. 정면으로 호구산에서 송등산, 괴음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남해도를 이루고 있는 산봉우리들은 잔잔한 강진만과 행복하게 어울린다.

해변의 넓지 않은 갯벌은 모래가 섞인 모래갯벌이다. 어떤 곳에는 모래와 갯벌이 띠를 이루고 있다. 강진만은 갯벌이 적어 바다색이 한없이 푸르다. 잔잔한 바다와 산봉우리를 이룬 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내 마음도 잔잔하고 안온해진다.

도로 안쪽에는 섬치고는 넓은 들판이 형성돼 있다. 남해도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산지를 가운데 두고 서쪽은 경사지가, 동쪽은 평지를 이룬 들판이 자리했다. 이어어촌체험마을안내소에 도착했다. 이어어촌체험마을에는 작은 포구가 있고, 포구 주변에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인 석방렴도 있다. 이어해변 갯벌에서는 쏙 잡기, 바지락 캐기, 굴 채취 같은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이어어촌체험마을안내소를 지나서도 해안도로를 따라서간다. 멀리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이 듬직하게 다가온다.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강진만의 모습은 여전히 시원하고 아름답다. 강진만을 등지고 남해읍내를 바라보며 농로로 접어든다. 남해문화센터 앞을 지나 19번 국도를 따라서간다. 남해공용터미널에 도착하면서 남해 바래길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남해 바래길 16개 구간을 걷는 동안 아름답고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걷는 내내 행복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16코스는 바래길 마지막코스로 설천면에서 시작하여 남해읍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대곡산성에 오르면 사방에서 다가오는 풍경이 아름답다.
※코스 : 설천면행정복지센터→설천면보건지소→금음산 인도→대국산성→대국산 임도→동비마을→해안도로→이어어촌체험마을안내소→남해공용터미널
※거리, 소요시간 : 15.9㎞, 6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설천면행정복지센터(경상남도 남해군 설천면 설천로 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