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최남단에 자리한 마량항은 과거 해상교통의 요지였다. 고금도는 물론 조약도, 생일도, 평일도 등 완도 동쪽에 자리한 섬에 가려면 마량항에서 배를 타야했다. 지금이야 마량에서 고금도 사이에 고금대교가 놓여있고, 고금도와 조약도, 고금도와 신지도, 신지도와 완도 사이에 연도교가 놓여 있어 여객선을 탈 필요가 없어졌지만 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마량은 고려시대 강진만 일대에서 만든 고려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던 500㎞ 뱃길의 시작점이었다.

조선시대 국가에 바쳐지던 제주 말이 배편을 통해 마량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일정한 적응기간을 거친 후 한양으로 이송됐다. 이때 말이 잠시 머물렀다고 해서 마량(馬良)이라고 불렸다.

마량항에 도착하니 아침안개가 옷을 벗고 있다. 미항으로 거듭나고 있는 마량항에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바다 쪽으로 돌출된 방파제에 있는 마량놀토수산시장과 전망대카페 같은 시설도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마량미항 바다 건너에서 고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고금도는 마량항 앞에 자리하고 있어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미항으로 거듭나고 있는 마량항에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마량미항 바다 건너에서 고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마량포구 200m 앞에는 두 개의 작은 섬이 있다. 까막섬으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대오도 소오도라 부른다.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다. 까막섬에는 후박나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상록수가 울창한 숲을 이뤘다. 숲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해 가막섬 또는 까막섬이라 불렀다. 옛날 수천 마리의 까마귀 떼가 날아와 섬을 뒤덮었다고 해서 까막섬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까막섬 상록수림은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어부림 역할을 한다.

해변을 따라 가던 남파랑길은 마량보건지소 앞에서 마을 골목길로 들어선다. 마량1구마을과 해변도로 사이 언덕에는 ‘강진마도진만호성지’가 있다. 마도진은 조선 태종 때인 1417년 설치돼 만호절제도위가 관장했다. 마도진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겪을 당시 거북선 1척이 상시 대기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마량초등학교 앞을 지나 해변길을 따라서간다. 해변은 강진만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다. 강진만은 강진군 마량면 대구면 칠량면과 강진읍 도암면 신전면 사이에 좁고 길쭉하게 형성돼 있다. 고금도와 완도 본섬이 강진만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강진만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나머지 한 면마저 큰 섬이 가로막아 거대한 호수 같아 보인다.

강진만 한 가운데에 떠있는 가우도에는 강진군 대구면 중저마을과 도암면 망호마을 양쪽으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두 개의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강진만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나머지 한 면마저 큰 섬이 가로막아 거대한 호수 같아 보인다. 바닷가에 홀로 정박돼 있는 작은 배들이 외로워 보인다.

해안선은 곡선으로 이어진다. 내륙 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가 강진만으로 길쭉하게 뻗어나가기도 한다. 해변 안쪽에는 농경지가 있고, 농경지와 바다를 바라보며 마을이 자리 잡았다. 해변에서 가까운 바다는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난다. 내륙에서 흘러온 민물은 갯벌에 구불구불 길을 내면서 바다로 흘러간다.

구수리 앞바다에 작은 섬, 내호도와 외호도가 다정한 형제처럼 떠 있다. 내호도는 안쪽에, 외호도는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다. 외호도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이루고 있는데, 내호도는 새로운 나무로 조림을 하고 산책로도 만드는 등 개발을 하고 있다. 두 섬 모두 썰물 때는 갯벌이 드러나 육지와 연결된다. 갯벌 바깥쪽 바닷물위에 만들어진 윤슬이 따스해 보인다.

구수리 앞바다에 작은 섬, 내호도와 외호도가 다정한 형제처럼 떠 있다. 내호도는 안쪽에, 외호도는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다. 외호도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이루고 있는데, 내호도는 새로운 나무로 조림을 하고 산책로도 만드는 등 개발을 하고 있다.

내호도 입구를 지나 바다를 등지고 낮은 언덕을 넘으니 남호마을이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골목길을 지나니 북쪽으로 농경지와 바다가 바라보인다. 강진만을 발아래 두고 해변길을 걷는다. 강진만 건너에서 다가오는 주작산, 덕룡산 바위능선이 푸른 바다에 떠있는 것 같다. 주작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는 해남 두륜산을 솟구쳤다. 두륜산 주작산 덕룡산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강진만은 득량만처럼 폭이 넓지 않아 건너편 산줄기가 가깝게 바라보인다. 두륜산에서 주작산, 덕룡산,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이 볼수록 아름답다.

바닷가에 홀로 정박돼 있는 작은 배들이 외로워 보인다. 가끔 갈매기들만 날아드는 겨울바다가 조용하고 평화롭다. 백사마을이 보이는 해변 모퉁이를 돌아서자 강진만으로 10여 m 돌출된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강진만 한가운데에 떠있는 가우도가 바라보인다.

백사마을 앞 갯벌에는 돌로 막아 넓은 독살을 만들어놓았는데, 여기에서 바지락캐기체험 같은 어촌체험활동을 한다. 백사어촌체험마을에서는 바지락 캐기 외에도 낚시체험, 통발체험을 할 수 있다. 강진만은 득량만처럼 폭이 넓지 않아 건너편 산줄기가 가깝게 바라보인다. 두륜산에서 주작산 덕룡산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이 볼수록 아름답다.

고려시대 청자를 굽던 도요지가 자리한 대구면 사당리가 넓은 들판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인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에는 고려초기부터 후기까지 고려청자를 만들던 가마터가 남아있다. 이 지역에서 지표 조사된 청자도요지는 총 188개소이며,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청자도요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현존하는 국보급 청자의 80%가 강진에서 제작·생산됐다.

청자도요지 앞 들판을 바라보며 걷다가 한 구비 돌아가니 해안가 절벽위에 있는 고바우전망대가 바라보인다. 남파랑길은 강진읍에서 마량으로 이어지는 강진만해안도로로 들어선다. 고바우전망대에서는 완도 안쪽으로 만입된 강진만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벚나무가로수가 있는 도로 갓길을 지나니 하저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가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하저마을에서 강진만해안도로를 벗어나 다시 해변길로 들어선다. 하저마을에서도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독살체험, 바지락잡기체험을 한다.

하저마을을 지나자 가우도가 눈앞에 와있다. 강진만 한 가운데에 떠있는 가우도에는 강진군 대구면 중저마을과 도암면 망호마을 양쪽으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두 개의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가우도는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이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되고, 섬의 생김새가 소의 멍에에 해당된다 해 ‘가우도’(駕牛島)라고 부르게 됐다. 가우도에는 14가구 30여명이 살고 있다.

가우도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강진만과 무인도를 조망할 수 있다. 가우도에는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2.5㎞의 생태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섬 정상에 있는 청자타워까지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육지인 중저마을 해변에서 가우도까지 해상 짚트랙도 설치돼 있다. 가우도 입구에 도착하자 겨울철인데도 가우도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다. 강진의 산들이 병풍처럼 강진만과 가우도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81코스는 강진만 동쪽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두륜산 주작산 덕룡산 만덕산의 모습이 강진만과 어울려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가우도 입구에 닿는다.
※코스 : 마량항→내호도 입구→남호마을→백사어촌체험마을→하저어촌체험마을→가우도 입구
※거리, 소요시간 : 15.9㎞, 4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마량항(전남 강진군 마량면 미항로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