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맨발로 그린 길 / 시

[문학마당]맨발로 그린 길 / 시 - 전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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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17(월) 19:48 가+가-

앞서간 발자국들이 한 방향으로
빼곡히 찍혀있다
탁본처럼 선명한 무늬를 따라 걷는다

질퍽질퍽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온 진흙이
간지러운 웃음을 만들고
지친 날들의 먼지를 털어낸다

그대가 맨발로 나에게 왔을 때처럼
들국화 향기 환하고
앞선 여인의 머플러 빛 가을바람이 스미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발자국마다 읽히는 계절의 온기는 다르지만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온 길이
따뜻한 방향으로 놓이고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왔다고 생각될 때

잠시, 호흡의 장단을 조율해 본다

자벌레가 제 키만큼
삶의 길을 가늠해 가듯
한 걸음 한 걸음 맨발로 그린 길
문득, 돌아보니 곱게 물든 가을이었다

<전경숙 약력>
▲순천 출생
▲문학들 신인상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시인,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