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새로운 창작 주제를 찾고 있습니다. 이전 작품은 주로 기존 사물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초현실주의 기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어요.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논리성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지난달 17일 만난 중국인 작가 웨이더원(WEI DEWEN)은 조선대 미술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다. 그는 일상적이고 흔한 사물에 낯선 느낌과 거리감을 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본보가 주최한 2024 Art Bank 작품 판매전에서는 ‘스위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감정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된 형형색색의 ‘ON OFF’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ON OFF’

‘ON OFF1’

“한국에 온 지 2년째 되던 2022년에는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요. 작업할 땐 기분이 좋다가도 막상 전시할 기회가 없다보니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금방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이같은 감정 기복 때문에 피로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느 날 밤새 작업하다 집에 가려 하는데, 전등 스위치를 보고 ‘인간에게도 감정의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위치’ 작품이 극사실주의 성향인 반면, 그의 작품 대부분은 초현실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망망대해 위 붉은 색 좌석이 떠올라 있는 작품 ‘AUDIENCE’는 관객으로서 세상의 변화와 신비를 조용히 지켜보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AUDIENCE’

이는 주인공이자 시청자로서 역할하는 우리 스스로를 대변하기도 한다.

엘레베이터에 갇힌 기린을 담아낸 작품 ‘제한’에서도 초현실적 요소가 돋보인다. 그림 속 기린의 모습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다.

‘제한’

신체적인 요소가 제한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상상은 외부 환경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작품에선 빨간 커튼으로 뒤덮인 무대가 종종 등장한다.

작품 ‘THE ALMOST TOLD’ 속 커튼 뒤 살짝 드러난 고양이 발은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THE ALMOST TOLD’

작가는 배경으로 등장하는 큰 무대 전체가 마치 지금 살고 있는 세계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낯선 한국 땅에 유학 올 당시 직면한 상황에 비유해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담아냈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은 새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압박과 따가운 시선 속 불안한 모습으로 발버둥치는 새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는 가치관 아래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선택’이라는 작품 또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두 개 중 하나의 문고리를 열어야 하는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요. 하지만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선택지는 두개이지만, 결국엔 길이 열리니까요.”

‘선택’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현실과 내면세계를 아우르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작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제 작품이 한국 관람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걱정돼요. 한국에서 작업을 이어가게 된 만큼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 작품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어요. 제게 그림은 모험 내지는 여정을 떠나는 것과 같아요.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쳐 저만의 직관적인 예술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자유’

/최명진 기자